“한·일 역사와 미래는 다른 바구니에” 램버트 美 한·일담당 부차관보 주문
마크 램버트 신임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가 한·일 간 화해를 위해 과거와 미래를 분리할 것을 주문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28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주최한 ‘한·미 동맹 평화 콘퍼런스’에서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에게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적극 개입할 뜻이 있나’란 질문을 받았다. 그는 “몇 년 동안 우리가 공통의 기반을 찾으려고 도쿄, 서울과 협력해 온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면서 ‘역사 분리론’을 펼쳤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솔직해지자.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며 “20세기에 있었던 잔혹 행위들은 그대로 있다”고 했다.그는 “그것들을 한 바구니에 담아 그에 맞게 대하고, 다른 바구니에는 21세기 (한·일) 양국을 한데 묶어주는 것들을 채우려 노력하는 게 우리 같은 실무자들에게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젊은이들에게는 한국이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 더 안전해지고 더 번영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의 젊은이들도 그렇고 미국의 젊은이들도 똑같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잔혹 행위들은 그대로 있다”는 일본의 식민 지배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지나간 역사로 인해 가능한 양국 간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미래 지향적이지 못하다는 취지다. 미 국무부의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이런 언급을 한 것은 미국이 한·일 간의 역사적 화해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역사 분리론'을 펴기 시작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지난 27일 남북 통신 연락선 복원에 대해서는 “흥미로운(interesting) 전개”라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동맹인 한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외교관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흥미롭다’는 표현을 쓸 때는 사실상 동의하지 않음을 의미할 때가 많아 미국의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미 동맹에 대해 램버트 부차관보는 “70년 넘은 동맹이 오늘날 여전히 의미 있는지 미국은 미국민에게, 한국은 한국민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고 말하는 대신 양국이 동맹 유지를 위해 노력할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중국이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한국에 경제적 보복을 했을 때 미국이 돕지 않았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사드 배치를 추진할 때 중국 측 인사가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당신에게 그럴 권한이 없다’고 말해줬다”며 “우리는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처음 대면 행사로 열린 이날 한·미 동맹 평화 콘퍼런스에는 양국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 연합사령관과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이 기조연설을 맡았다. 한미동맹재단에서는 이건수 명예이사장(동아일렉콤 회장), 정승조 회장(전 합참의장) 등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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