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학력 격차 방치해놓고.. 정부 뒤늦게 '학교 과외'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최근 3년간 2배 안팎으로 급증하는 등 학습 결손과 학력 격차가 심해지자, 교육부가 예산 8000억원을 투입해 방과 후 보충 수업 등 학력 향상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대상 학생 선정 기준과 담당 교사 확보 등 구체적 방안을 교육청과 학교에 맡겨 올해 2학기 원활한 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교육계에서는 “학력 저하를 사실상 방치해온 정부가 코로나 여파까지 겹쳐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자 뒤늦게 땜질식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 8000억원 들여 교과 보충 수업
교육부는 29일 교과 보충 수업과 학습 컨설팅 등 학력 향상 방안 등을 담은 ‘교육 회복 종합 방안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올 2학기부터 내년까지 예산 8000억원을 투입해 방과 후 교과 보충 수업과 교대·사범대생들의 학습 지도 및 상담(튜터링) 사업 등을 시행한다는 게 뼈대다.
교육부가 ‘학습 도움닫기’로 명명한 교과 보충 수업은 기초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이나 추가 수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방과 후나 방학 중에 보충 수업을 듣게 한다는 것이다.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면 별도의 교실에서 교사 1명이 학생 3~5명만을 대상으로 주 2회 4개월간 소규모 보충 지도를 하는 식이다. 교육부는 올해 2학기에 학생 69만명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내년에는 전체 초·중·고교생(약 543만명)의 20%에 가까운 109만명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진단 평가 없애 놓고 학력 보충한다니”
정부는 지난 6월 ’2020년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중학교 수학의 경우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13.4%, 고교 수학은 13.5%에 이르는 등 역대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중학교(7.1%)와 고교(9.9%)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보다 2배 가까이 는 것이다. 같은 기간 중학교 국어는 2.6%에서 6.4%, 영어는 3.2%에서 7.1%로 급증했다. 고교 영어도 4.1%에서 8.6%로 2배 넘었다. 문재인 정부 3년 만에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이 크게 늘자 비로소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국가 차원의 학력 진단 평가를 복원하는 것이 우선” “학습 결손 문제를 학교와 교사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에는 전국 단위로 치르는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가 있어서 각 지역·학교별로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을 체계적으로 추려내고 맞춤형으로 보충 지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교조와 진보 좌파 성향 교육감들이 “모든 학교가 치르는 학업 성취도 평가는 학교·학생 서열을 매기는 일제고사”라고 반대해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부터 전국 3% 학교만 치르는 ‘표집 평가’로 바뀌었다. 전국적으로 학력을 진단할 표준화된 시험을 없앤 정부가 뒤늦게 각 학교와 교사에게 떠넘기기 식으로 보충 수업을 하도록 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학력을 진단할 표준화된 시험이 없어진 상황인데 교육부는 “교사의 진단과 관찰, 다양한 기초학력 평가 도구 등으로 보충 수업 대상 학생을 선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사의 진단과 추천에 따라 선정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서로 다른 평가 기준으로 학력 결손 학생을 선별하는 것은 주먹구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담임 교사의 열정이나 관심도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부진 해소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과 후 보충 수업에 나설 교사들이 얼마나 될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코로나로 수업과 방역 업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학교와 교사가 보충 수업 지도에 나설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학습 부진아’라는 ‘낙인’ 효과 때문에 방과 후 보충 수업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교총은 “학습 결손은 이미 심각해졌는데 사후약방문식으로 교과 보충과 튜터링 등 종전 방안을 대책으로 내놓았다”며 “국가 차원의 학력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근거한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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