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토닥토닥'] '아빠'만 발음하는 18개월 아기 말 늦는다고 걱정하긴 일러요
한 엄마가 18개월 아이가 말이 늦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아직 “아빠”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른단다. 말이 늦는 것도 걱정이지만, 한편으론 온종일 엄마와 함께 있고 애착 관계도 좋은데 아이가 ‘엄마’가 아니라 ‘아빠’라는 말을 먼저 하는 것이 좀 섭섭하다고 했다.
18개월이면 아직 말이 늦다고 판단할 시기는 아니다. 언어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 언어가 또래에 비해 조금 늦더라도, 비(非)언어적 소통을 잘한다면 일단 안심해도 된다. 어떤 지시를 했을 때 아이가 알아듣고 반응한다면 괜찮다. 뭔가를 갖고 싶을 때 말은 안 하더라도 그 대상을 쳐다본다든지, “아아” 하면서 손짓을 할 수 있다. 또 “곰 인형, 어디 있어?”라고 물었을 때 곰 인형을 가리키거나 가져온다면 괜찮은 것이다.
그래도 이 시기 언어 발달이 늦어 걱정이라면 언어적 자극을 많이 주도록 하자. 가만히 관찰해보면 아이들은 종일 뭔가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 아이를 따라다니면서 아이가 하는 것에 대해 말해주자. 예를 들어 아이가 두리번거린다면 “어, 뭐가 궁금해? 뭘 찾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식이다. 아이는 이런 언어를 모방하면서 말이 늘어갈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왜 ‘엄마’라는 말보다 ‘아빠’라는 말을 먼저 한 것일까? 실제로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하는 아이가 종종 있다. 이것을 ‘아빠를 더 좋아하고, 엄마를 덜 좋아하나?’라고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추측건대, ‘아빠’는 처음 말할 때 ‘아바’와 같은 형태로 말하게 되는데, 이 발음이 받침 있는 ‘엄마’보다 훨씬 더 쉽고 편했을 것이다. 또는 엄마보다 아빠가 “아빠가 해줄게”처럼 ‘아빠’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을 수도 있다. 많이 듣다 보니 그 말을 모방하게 되어 먼저 말했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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