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린의 로컬리즘] '복지' 아닌 '산업'으로 소상공인 정책 대전환해야 할 때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저자 2021. 7. 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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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은 한국 사회의 난제다. 2018년 최저임금 파동 이후 소상공인 위기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지만 정부는 아직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 성격의 재정 지원을 통해 소상공인 산업의 붕괴를 저지하는 데 분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지원 방식은 다양하다. 지역 상품권이 소상공인 수요와 매출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면, 일자리 안정자금, 신용카드 가맹 수수료 인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소상공인의 비용을 절감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소상공인 산업의 운명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상공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역량 강화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차장 짓는다고 전통시장 살아나나

온라인 판매, 배달 앱 가입, SNS 홍보 등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권장하는 디지털 전환은 오프라인에서 팔 것이 마땅치 않은 사업자에게 대안이 될 수 없다. 오프라인에서 사람과 돈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만이 온라인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사업자 경쟁력을 담보하지 않는 지원 정책이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가 같은 소상공인 분야인 전통시장이다. 정부가 지원한 마케팅, 축제, 주차장으로 활기를 회복한 전통시장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수수께끼는 정부가 콘텐츠 부족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다. 정부의 일부 이론가들은 ‘정상적인’ 자본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를 실질적인 노동자로 인식하고 폐업 지원 등을 통해 이들을 노동계로 ‘복귀’시키기를 원한다. 자영업을 포기하지 않은 자영업자에게는 고용보험, 근로 조건 등 노동자와 상응하는 권리와 복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래 사회 관점에서 정규직 근로자를 임의적으로 늘리는 것이 맞는 것일까?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면 사람은 창조적이고 공익적인 일을 하는 프리랜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노동계의 인식은 미래가 아닌 현재 기준으로도 맞지 않는다. 정규직 진입이 어려워 자영업을 선택한 사람만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독립적으로 하고 싶어 자영업을 선택한 사람이 많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사장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한국에 많은 것도 현실로 받아들어야 한다. 특히, 자유롭고 독립적인 일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자영업과 프리랜서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일과 직업으로 인식한다.

지금 정책, 붕괴만 겨우 막는 수준

또한 지도자들이 원하든 안 원하든 한국은 이미 탈산업화 사회로 진입했다. 삶의 질과 정체성을 중시하는 탈산업화 사회는 지역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더 많은 소상공인을 요구한다. 미래 산업 경쟁력이 소상공인 정책을 산업 정책으로 추진해야 하는 진짜 이유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먼저 로컬 크리에이터, ‘강한 소상공인’ 등 창의적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기존 사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작은 동네 재생을 위해 1000억원을 쓰면서 전국 단위 창의 소상공인 지원 사업에 연 100억원에 불과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다음 정책 기조를 개인 지원에서 상권 지원, 재정 지원에서 기술 훈련으로 전환해야 한다. 상권과 상권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 생태계는 상권 단위로 관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미국 상권 지원 단체인 ‘메인 스트리트 아메리카(Main Street America)’도 “소상공인 기업을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넘어 지역 상권 회복을 지원하는 전체론적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창업 훈련도 오프라인 경쟁력을 결정하는 공간, 콘텐츠, 커뮤니티 기술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 구체적인 훈련 방식으로는 창업 지원자에게 창업 공간을 정해준 후 기술 교육을 제공하거나, 로컬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기존 상인을 지원하는, 또는 공동 브랜드 개발 사업, 공동 행사를 조직하는 창업자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등 현재 지역에서 실험 중인 다양한 ‘장인대학’ 모델을 고려할 수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 창조적 소상공인 키워야

창조적인 소상공인들은 이미 충분히 잠재력을 입증했다. 전국의 수많은 골목 상권뿐 아니라, 양양 서핑, 강릉 커피, 제주 화장품 등 독립적인 지역 산업을 개척했다. 최근에는 아마존, 쇼피파이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해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소상공인 브랜드가 늘고 있다. 국내 대기업도 로컬 브랜드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네이버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하지만 정치권 논의는 아직 많이 뒤져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소상공인을 복지 대상으로 인식하고, 소상공인 단체도 혁신 못하고 정부 지원만 요구하는 이익 단체가 되고 있다. 소상공인을 독립적인 협상력을 갖춘 창조 인재로 만들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소상공인 창조성의 활용과 제고, 한국이 더 늦게 전에 선택해야 할 미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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