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면 정부 지출도 증가.. 국채 발행 부담도 늘고 경제성장도 저해
최근 물가 급등이 큰 관심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지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부터 전 세계 경제가 반등을 시작하면서 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가 상승이 꼭 나쁘지는 않다. 수요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경기가 회복되는 결과로 물가가 오른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과도한 물가 상승은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줄이며 물가 상승에 대응할 채비를 하는 이유다. 이런 중앙은행의 정책이 유발할 파장 때문에 금융권과 많은 기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다소 놀라운 주장이 떠돈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물가 상승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가속하더라도 이를 용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물가 상승이 재정 적자를 완화하는 측면이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 각국의 재정 적자는 크게 증가했다. 물가가 오르면 부채의 실질 가치가 줄어들어 정부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는 식이다. 여기서 더 나가면 주장은 더 과감해진다. 물가 상승을 통해 정부 재정 문제는 언제나 해결할 수 있으므로, 재정 적자 자체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람도 나온다.
정부가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물가 상승을 이용한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있을까. 흥미롭긴 하지만 논리적 문제가 많아 현실과 동떨어진 음모론에 가깝다. 완만한 물가 상승이 기존 부채의 부담을 완화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느 정도의 물가 상승 가능성은 부채 관리나 국채 금리 결정 등에 반영이 되어 있다. 하지만 급속한 물가 상승은 다르다. 이것은 부채 부담 감소만 줄이는 것이 아니고 당장 정부가 집행해야 할 지출에 예상치 못한 부담을 일으킨다.
물가가 오르면 공무원에게 지급할 인건비는 물론 정부가 사들이는 물품의 가격도 오른다. 이렇게 늘어나는 지출을 충당하려면 일단은 세금을 더 거둬야 하고, 그것으로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발행해야 할 국채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률이 높다면 국채에 지불하는 이자도 더 쳐주어야 할 테다. 물가 상승이 과거의 부채를 없애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새 부채를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다른 부작용도 많다. 급속한 물가 상승은 부동산 투기와 사재기, 실질 임금(받는 임금의 실제 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큰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경제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세금 수입은 감소한다. 국가 부채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부채 부담을 줄이려고 물가 상승을 용인한다는 주장은 물가 상승이 가져올 수많은 파급 효과를 모두 무시한 외골수 논리다. 물론 현실의 중앙은행이나 정부는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높은 물가 상승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면, 이를 제어하기 위한 정책을 신속히 집행한다. 음모론을 믿고 높은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쪽에 베팅했다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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