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배달 뒤에 남겨진 숙제들
[경향신문]
배달 음식이 당대의 큰 이슈가 된 지 오래다. 청년 노동, 실업과 자영업, 안전과 건강, 고용 시장, 환경과 폐기물, 교통 환경, 독과점, 모바일 기반 신산업, 감정 노동 등 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배달업이라고 하지 않고 배달산업이라고 부른다. 코로나19 시국에 특수를 누리는 산업에 오토바이산업이 들어간다고 한다. 배달업 앱 개발 운영으로 몇조원의 부호도 탄생했다.
코로나19 시국의 일시적 인기라고 보던 외식산업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향후 중요 산업이 될 거라는 확신이 넘쳐난다. 배달해서 집에서 먹는 것이니 외식업이 아니고 내식업이라거나, 밖에서 만들어 집에서 먹으므로 ‘반반’이라는 농담도 있다. 과거의 배달업은 음식업만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많은 분야가 택배와 퀵서비스에 흡수되고 배달=음식의 등식이 만들어졌다. 배달은 외식에서 새로운 룰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평소 배달이 안 되던 음식도 거의 수렴하고 있다. 삼겹살이나 스테이크, 전골 같은 음식도 너끈하다. 외국에서 피자 배달이 커지면서 포장 등에서 아이디어가 속출했다. 이를테면 피자 정중앙에 꼽는 미끄럼방지 홀더나 편하게 접을 수 있는 튼튼한 사각형 상자가 그 대표 격이다. 한국 배달도 이에 못지않다. 짜장면은 ‘소다’를 더 투입해서 붇지 않도록 하는 것도 모자라 짬뽕 국물이 덜 식도록 보온성이 강한 용기가 나왔고 전자레인지에 견디는 신소재도 쓰인다.
코로나19 때문에 일회용기 사용 규제가 약해지면서 주춤해졌지만, 여러 번 쓸 수 있는 용기와 친환경 소재도 도입되곤 했다. 일본의 사례인데, 도자기로 유명한 한 지역에서 일반용기에 담을 수 없어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이 어렵던 카레를 멋진 도자기 그릇에 담아서 빅 히트를 쳤다. 우리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일 것이다. 배달 포장용기가 꼭 음식그릇에 쓰이지 않더라도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배달된 용기의 다수는 씻어서 분리배출해도 제대로 재활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배달업은 오랫동안 지도 산업에 도움을 주었다. 배달 많이 하는 집은 홀에 1000분의 1이나 2000분의 1 축적의 지도를 사서 붙여 놓았다. 속칭 ‘관내도’다. 이제는 GPS가 그 몫을 대신한다. 1차원의 지도는 한정된 장소만을 표기한다. 위성지도는 권역의 한계가 없다. 서울의 경우 동이 아니라 다른 구로 배달이 간다. 오토바이는 더 빠르고 엔진이 강력해졌다. 여러 문제에도 하이테크, 기술의 발전이 배달의 환경을 바꾸는 것은 분명하다. 나 같으면 10㎞ 떨어진 곳에서 보내는 음식을 주문할 것 같지 않지만.
최근 한 배달업체에서 자사와 계약한 라이더가 20, 30대 청년 비율이 높고 이들이 최저임금의 두 배를 번다고 하는 말이 기사에 나왔다. 우리는 이 기사 뒤에서 수많은 걱정을 끄집어낼 수 있다. 청년 고용, 안전 문제, 장시간 노동 같은 것들. 배달이 장차 외식산업, 노동시장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게 분명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많다. 자잘한 법률도 만들어야 하고, 나쁜 관행도 바꾸어야 한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의 다수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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