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할 정신도 없어..' 임성재 "PGA 투어 데뷔전 느낌"

김현지 2021. 7. 3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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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현지 기자]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임성재. 이번 대회가 첫 올림픽 출전인 그는 올림픽 1라운드 경기를 마친 후 마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전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임성재는 7월 29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 골프장 동코스(파71, 7447야드)에서 막을 올린 도쿄 올림픽 남자 골프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쳤다. 단독 선두로 나선 제프 스트라카(오스트리아)와는 7타 차 공동 31위로 출발했다.

이번주 세계 랭킹 기준 27위인 임성재. 그는 이번 대회에서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3위 콜린 모리카와(미국), 전 세계 랭킹 1위이자 현재 13위에 자리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과 한 조로 나섰다.

세 선수 모두 이번 올림픽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선수들이지만, 모두 첫날 주춤했다. 모리카와와 매킬로이는 2언더파 공동 20위로 출발했고, 임성재는 1언더파 공동 31위다.

임성재는 버디를 4개 솎아냈지만 보기를 3개 범한 것이 아쉬웠다. 기복있는 플레이를 했는데, 버디 이후 꼭 보기가 따라나왔다. 2번 홀(파4)에서 버디를 기록한 뒤 4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했다.

6번 홀(파4)에서 버디로 만회하는 듯 싶었지만, 7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했다. 8번 홀(파5)에서 버디로 만회한 것이 그나마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

14번 홀(파5)에서는 후반 홀 첫 버디로 반등을 노렸지만, 15번 홀(파4)에서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러프에서 친 두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가지 못하고 벙커 잔디 밑 턱에 박힌 것이다. 다행히 운이 따랐다. 만약 벙커에 들어갔다면, 샷을 하기에 까다로워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야할 지도 몰랐을 상황이다. 그러나 공이 잔디에 박혀 경기위원의 판단에 따라 무벌타 드롭을 한 뒤 플레이를 이어갔다.

무벌타 드롭으로 경기 재개에는 성공했지만, 파세이브에는 실패했다. 결국 보기로 홀아웃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남은 홀에서도 버디를 솎아내지 못한 임성재는 1언더파에 만족하며 대회 첫날을 마쳤다.

이번 대회는 임성재에게 메이저 대회 트로피보다 중요한 대회다. 메달을 획득한다면 군 면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 프로 골퍼 선수에게 군입대는 치명적이다.

PGA 투어는 배상문부터 군입대로 인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경우 메디컬 시드를 주고 있다. 제대 후 PGA 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게끔 했지만, 메디컬 시드를 받은 배상문과 노승열은 제대 후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군 복무로 인한 공백이 발목을 잡았다.

즉, 세계적인 선수들이 출전해 자웅을 겨루며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PGA투어에서 2년에 가까운 공백은 사실상 도태됨을 뜻한다.

유일한 돌파구는 올림픽뿐이다.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낸다면, 군 문제는 해결된다. 큰 공백 없이 PGA 투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이에 한국 선수들에게 올림픽 메달이란 메이저 대회 우승컵만큼이나, 아니 이보다 더 절실하다. 그래서인지 PGA 투어 여러 무대에서 맹활약했을 뿐 아니라 우승까지 차지한 임성재도 그 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임성재는 "정말 많이 긴장됐다. 내 플레이를 잘 못했다는 게 아쉽다"고 하며 "상황이 일반 대회랑 다르다보니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올림픽인데다 4년에 한 번 하는 시합이다. 또 그 시기에 선발이 돼야 나갈 수 있는 시합이다보니 아무래도 기분이 좀 다르다"고 했다.

세계 랭킹 톱 플레이어들과는 PGA 투어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한 탓에 큰 긴장은 안됐단다. 다만 샷감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는 "모리카와나 매킬로이와는 전에도 쳤던 적이 있어 큰 부담은 안됐다"고 하며 "문제는 아이언 샷이다. 생각대로 안됐다.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잘 안 맞아서 밀리는 샷이 많았던 것이 문제였다"고 했다.

사실 그의 긴장감은 얼굴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평소와 다르게 첫날부터 얼굴에 수염이 거뭇거뭇 나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일부로 면도를 안한 건 아니다. 정신이 없어서 못했다"고 했다. 물론 남은 3일 역시 면도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대회 기간 중에는 원래 면도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면도할 정신도 없었던 임성재에게 이번 대회는 마치 PGA 투어 데뷔 전과 같았다. 그는 "웹닷컴(2부 투어)에서 처음 PGA 투어로 올라왔을 때 첫 시합인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제일 긴장을 했었다"고 하며 "그때는 첫날 6언더를 쳤다. 그날은 긴장은 많이 됐지만, 되게 완벽한 날이었다. 반면, 오늘은 비슷한 긴장감에서 잘 안 되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제 18홀을 마쳤다. 3일이 남았고, 54홀을 더 쳐야 메달의 주인공과 메달의 색이 결정된다. 임성재는 "잘하려면 처음부터, 티 샷부터 아이언 샷까지 다 좋아야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하며 "남은 3일, 내 플레이를 잘 찾아서 경기하겠다"며 반등을 다짐했다.

한편, 대회 첫날 임성재와 함께 출전한 김시우는 3언더파를 쳐 공동 12위로 순항했다. 단독 선두와는 5타 차다. (사진=임성재)

뉴스엔 김현지 928889@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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