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코로나, 아태지역에 태풍의 눈이 될까

2021. 7. 3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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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코로나·경제탓 핵실험 늦춘듯
미·중·일 전략 확정, 한국만 유동적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많은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중대한 지정학적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일례로 지난해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중국이 아시아 지역을 넘어 세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야심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는 맞았지만, 국제 사회가 베이징의 오만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틀렸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평온하지만 새 변이 바이러스가 닥치면 새로운 정치적 동요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태풍의 눈’일 수도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코로나19 지정학에 대한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미국=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탄탄한 의약제조 기술을 활용해 백신을 원활히 보급했다. 또한 중국과의 경쟁에 초당파적인 협력을 하는데 팬데믹이 방해가 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미국 내 깊은 정치적 당파성을 드러냈다.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몇몇 주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해 백악관이 근심하고 있다. 새 변이 바이러스가 이들 지역을 강타할 경우 경제성장을 억누르고 대통령 지지율(현재 55%)을 비롯해 국가 전체에 충격을 줄 것이다. 바이든의 정치적 모멘텀에 타격이 있다면 외교리더십엔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내년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바이든의 대중(對中)정책이 더 강경해질 순 있겠지만 말이다.

▶중국=팬데믹은 시진핑 주석이 선호하는 외교 수단이 ‘망치’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코로나 우한 발생설에 협박과 무역보복 등으로 대응했다. 개발도상국 백신 보급을 통해 소프트파워를 보이기도 했지만, 선진국 대부분은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제재·비난과 사이버 공격을 배가했다. 대만이 특히 시달리는데, 대만해협에서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미국 전문가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 주석은 자국의 인구·채무 문제나 미국의 견제 전략이 작동하기 전에 중국의 위상을 강화하려고 필사적이다. 중국의 기회이자 위기의 창이란 인식이 지정학적 경쟁을 강화한다. 코로나19도 일조한다.

▶일본=일본의 지정학적 궤도는 거의 결정됐고 코로나19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다. 이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8년간 굳혀둔 방향이다. 다만 코로나19 속 치러진 도쿄 올림픽 여파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가을 총선 또는 자민당 총재 연임에서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과거 매년 총리가 교체되던 시기처럼 되면 아시아 지정학 경쟁에서 중국 등은 전속력 질주하는데 일본은 1단 또는 2단 기어를 넣고 달리는 셈이 될 것이다. 내 예상으론 스가 총리가 살아남긴 할 텐데 어려운 싸움을 할 것 같다.

▶북한=코로나19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도, 악화시키지도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폐쇄해 대북제재의 압박은 덜하다. 경제난과 보건위기로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 재개 같은 위험을 무릅쓸 가능성도 훨씬 적어졌다. 김 위원장의 대미외교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상태다. 결국 그가 움직이긴 하겠으나, 코로나19 때문에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본처럼 백신의 국내 제조에 너무 치중하는 바람에 보급이 늦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4월 재·보궐선거 패배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전망은 연초에 비해 어두워졌다. 청와대의 중국 전략은 국민적 인기를 잃어갈 뿐 아니라, 미국의 우방들이 중국에 관한 한 한층 긴밀히 협력한다는 측면에서 유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미·중·일의 전략궤도가 확정됐는데, 한국만 유동적이고 코로나19로 인해 방향까지 영향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는 많은 이들이 바라고 예견한 것보다 더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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