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선수 조롱, 일본 비꼬기.."이런 TV중계 그만 봤으면"

정희윤 입력 2021. 7. 30. 00:03 수정 2021. 7. 30.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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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구시대적 편파 방송 실망"
지나친 국뽕, 성·인종 차별 지적
"외국 선수 향한 무례한 발언 민망"
여궁사 아닌 궁사 표현엔 "멋있다"
지난 25일 한국과 루마니아의 남자 축구 조별 리그 2차전을 중계한 MBC는 자책골을 넣은 루마니아 마리우스 마린을 조롱하는 듯한 자막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MBC 화면 캡처]

개막식 때부터 도쿄 올림픽을 챙겨보고 있다는 프리랜서 김모(26)씨는 지상파 방송사 중계진이 영 마음이 들지 않는다. “상대를 무작정 비방하고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발언을 하는 등 너무 옛날식 중계 방식”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씨뿐만이 아니라 MZ세대가 전반적으로 가진 불만이기도 하다.

MZ세대가 문제 삼은 대표적인 발언은 지난 25일의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나왔다.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거머쥔 직후 MBC 중계진은 “태극낭자들의 꿈, 올림픽 9연패가 현실이 됐다”며 “얼음공주가 웃고, 여전사들이 웃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여자 탁구 단식에서 KBS 중계진이 신유빈 선수와 붙은 58세의 룩셈부르크 니시아리안 선수에 대해 “숨은 동네 고수” “여우처럼 경기한다”고 말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SBS 중계진도 지난 23일 개막식에서 한 외국 선수가 러닝머신에서 달리는 퍼포먼스를 하자 “홈쇼핑 느낌 난다”고 말했다가 빈축을 샀다.

김씨는 “안 그래도 성희롱, 비방, 조롱 등 눈살이 찌푸려지는 실시간 댓글에 시달리는데 명색이 지상파 방송 해설자가 그런 말을 하는 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30)씨도 “나도 성 인지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할 순 없지만 이런 중계 발언은 재미있지도 않고 오히려 구시대적”이라며 “외국 선수들을 향한 무례한 발언도 지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28세면 여자 나이로 많은 나이” “살결이 야들야들해 보인다” “여성 선수가 철로 된 장비를 다루는 게 인상적” 등의 중계진 발언이 비판을 받았다. 함은주 스포츠 인권연구소 대외협력위원장은 “스포츠 현장에 아직 남성이 더 많다 보니 남성주의적 시각에 따른 발언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인종과 성별 등에 따라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가이드가 있는데 이런 내용이 각 방송사도 교육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에게는 ‘편파 중계’도 구태다. 한 대학생은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한 방송사의 ‘반일 중계’를 꼬집으며 “일본이 하는 걸 사사건건 비꼬는 말투로 중계하는 건 너무 유치하고 치졸한 수준”이라며 “일본에서 평창 올림픽 중계할 때 그랬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라”고 적었다. 이 글에는 “일본이 그렇게 한다 해도 우리가 똑같이 그렇게 하는 건 수준이 떨어지는 일”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SNS에서는 “우리나라 선수가 상대 선수랑 서로 웃으면서 인사하는 걸 보면 마음이 좋아진다” “상대 선수도 최선을 다했을 거라는 걸 아니까 둘 다 열심히 응원 중”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올림픽에서 상대 선수를 조롱하다니 창피하다”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변화도 있었다. 지난 28일 양궁 중계를 하던 KBS 강승화 아나운서는 장민희 선수를 ‘궁사’라고 표현했다. 화면에는 ‘승부를 즐기고 승리를 기다리는 여궁사’라는 자막이 나왔는데 강 아나운서는 여기서 ‘여(女)’를 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직업 앞에 ‘남’은 안 붙이면서 ‘여’는 왜 꼭 붙이는지 의문이었는데 세상이 변하고 있다” “멋있다” “프로답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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