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벽화' 논란 가열..서점 측 "항의전화에 코드 빼"(영상)

신진환 입력 2021. 7. 30. 00:00 수정 2021. 7. 30. 07: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한복판에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 씨를 겨냥한 이른바 '쥴리 벽화'가 전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서점 벽면에 논란의 그림이 붙은 모습. /종로=신진환 기자

'보수' 항의에 서점 직원 고충 토로…윤석열 측 "처참한 마음"

[더팩트ㅣ종로=신진환 기자] "패륜에 가깝다. 정도가 지나쳤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앞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김기환(52) 씨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를 두고 "금도를 지나친 패륜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의 '팬클럽' 프린팅이 된 상의를 입은 김 씨는 "김 여사도 한 어머니의 딸이다. 등기부를 보니, 벽화가 그려진 건물주는 63년생이더라. 그 사람은 딸도 없나"라고 성토하면서 "건물주는 당장 벽화를 철거해야 한다. 벽화를 없앨 때까지 무기한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벽면에 윤 전 총장의 부인 김 씨를 연상케 하는 벽화가 그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건물 일층 외벽에 모두 여섯 점의 벽화가 그려졌다. 이 가운데 김 씨를 겨냥한 듯한 그림은 모두 두 점이다.

서점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첫 번째 그림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는 글이 쓰여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쥴리'는 김 씨를 지칭하는 예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 그림에는 금발의 여성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글이 쓰여 있다. 윤 전 총장이 야권 유력 대권 주자라는 점,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등에서 '쥴리'는 김 씨가 사용했던 예명이라는 풍문이 나돌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과 문구는 김 씨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벽화는 최근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서점에서 근무하는 한 남성 직원은 <더팩트>와 만나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으나, 2주 전쯤 그려진 것으로 안다"며 "누가 벽화를 그렸는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장님이 하신 일"이라며 "사장님과는 따로 연락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전날 벽화와 관련한 보도가 나간 이후 구경 오는 사람이 많다. 오늘도 그럴 것 같다"며 "지금도 누군가가 메가폰(확성기)을 들고 서점 입구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영업에 방해가 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또 다른 여성 직원은 보수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로부터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고 하소연했다. "어제 오후부터 계속 전화가 왔다. 아마도 보수층일 것 같다. 이분들이 다짜고짜 위협적이고 험한 말을 쏟아내서 정신적으로 힘들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자마자 전화가 오더라. 결국 전화선을 뽑아놨다."

보수 지지자들은 차량을 이용해 벽화 앞을 가로막았다. 이른바 '차벽'이다. 벽화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승합차와 개조된 1톤 트럭 등 차량 3대가 동원됐다. 차 간 거리는 거의 닿을 듯 말 듯 할 정도였다. 이 가운데 한 차주인 김기환(49) 씨는 자신을 달걀 장수라고 소개하며 "아침 7시10분에 혼자 현장에 왔는데, 달걀을 다 팔 때까지 계속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왜 하필 벽화가 그려진 곳에서 장사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서"라고 답했다. 또한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벽화 앞에 차를 댔다고 했다. 고의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다 김 씨는 가수 이박사의 '몽키매직'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신나는 듯 보였다.

29일 오전 이른바 '쥴리 벽화'를 가로막았던 스타렉스 차주가 한 시민으로부터 통행 방해 항의를 받은 뒤 차를 빼주고 있다. 항의했던 시민이 차를 끌고 골목으로 진입한 직후 이 승합차 차주는 곧바로 벽화가 보이지 않게 차를 주차했다. /신진환 기자

이들 차량 때문에 차를 끌고 골목으로 진입하지 못한 시민들이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벽화 옆에는 유료 주차장이 있다. 벽화를 가린 차들이 차량 흐름을 방해한 셈이다. 그때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을 지키는 경찰들이 나서 문제를 조정했다.

보수 유튜버들도 상황을 생중계했다. 중간중간 "빨갱이"라고 소리치며 문재인 대통령과 진보층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이러한 상황을 살펴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20대 청년 한모 씨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벽화가 문제 될 일인가 싶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벽화 식당 종업원 유 모 씨는 기자에게 김 씨의 '동거설' '유흥업소 종업원' 의혹이 사실이냐고 물으면서 "소문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벽화가) 좋게 보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달 30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와 인터뷰에서 위 의혹을 모두 부인한 바 있다.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벽화 논란에 별도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윤 총장 캠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거기(벽화)에 실명이 거론된 것도 아니고 사유 재산이라는 점에서 법적 조치 등 어떤 조치를 하기보다는, (논란의 벽화가) 얼마나 인륜에 반하고 무례한 것인지 국민이 잘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벽화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처참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벽화가 게재된 서점 사장이자 건물주 A 씨의 지인 지승룡 민들레영토 대표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A씨가) 벽화를 그린 이유는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또 "윤석열 씨가 '헌법적 가치관이 파괴돼 출마했다'고 한 말을 듣고 시민으로서 분노했고, 헌법적 가치인 개인의 자유를 말하려는 뜻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shincombi@tf.co.kr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