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통일부 존폐론보다 감사부터

- 2021. 7. 2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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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존폐론 다시 수면위로
그동안 "제역할 못한다" 지적 일어
공무원 피살·대북 전단 등 논란 사안
진상부터 밝힌 후 구조조정 논의를

통일부 존폐론이 다시 떠올랐다. 2008년 이래 13년 만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역할 없는 부처”라고 비판하고 “차기 정부에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하면서다. 이인영 장관은 “부족한 역사의식”이라고 반발했고 민주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국민의힘에선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우리가 집권해서 제대로 하면 된다. 쓸데없이 반통일세력의 오명을 뒤집어쓸 필요도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반면 태영호 의원은 “북한인권 등 통일부와 맞지 않는 일은 과감히 다른 부처에 이관하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논평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
통일부는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에 급해 보이지만 이미 통일부에 대한 비판은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커졌다. 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우리 공무원이 살해되어 불태워져도 저자세였고, 27일 군 통신선이 다시 연결됐어도 앞선 사건들은 없던 일처럼 덮는 탓이다. 거듭한 ‘코로나19 백신 북한 지원’ 메시지도 통일부 무용론을 키워왔다.

통일부 공식 입장으로 이종주 대변인은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존속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 제4조를 근거로 내세운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통일부의 주장과 통일부를 옹호하는 논지는 13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것 없다. 2008년 폐지 위기를 넘길 때도 헌법을 앞세웠고, 북한과는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라며 전담부처가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였다.

이제 그 말들이 맞는지 현실을 놓고 따져볼 때다. 첫째, 헌법을 무시해온 통일부가 헌법을 앞세우니 가당치 않다.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헌법상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거듭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전단금지법’ 정당화에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둘째, 외교부는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국가 대 국가’로 대하지만 통일부는 ‘특수관계’로 형식·절차에 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흔한데, 이런 구분이 꼭 필요하고 상호보완적인지 의문이다. 현 정부 들어 통일부가 국제법과 대북제재 틀에도 얼마나 무지한지 드러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호를 신청한 20대 탈북선원 2명을 강제북송한 초유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문재인정부는 국제사회가 경악한 반(反)인도적 추방을 ‘인도적 송환’으로 포장하려고 했다. 내부자로부터 청와대가 통일부 인도협력국에 북송 정당화를 지시했다고 들었는데, 이유는 정부 업무분장상 ‘남북한 간 인도적 사안’ 담당이어서라고 했다. 외교부의 국제법 전문 외교관들이 국제인권법과 난민법을 짚어보는 첫 단추를 끼웠다면 어땠을까. 감히 북송하지 못했을 것이다.

셋째, 통일부가 독자적 통일외교를 표방하며 국제협력과를 확대하고 있지만 무엇을 하는지 의문이다. 한 가지 확인한 것은 전단금지법이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는 자료를 만들어 주한 외교공관들로 보내고 전화까지 돌려 설명한 일이다. 먼저 외신기자들에게 뿌렸던 것과 같은 자료였는데, 통일부가 사실을 왜곡한 것들이 드러나 주요 언론들에 보도되고 논란이 크던 때였다. 외교부는 안 보이고 통일부가 문제를 키우는 것을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중에는 외교부와 통일부가 일을 함께하면 합리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폐지론’이든 부적합 업무의 이전이든 이런 논쟁으로 통일부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필자는 13년 전엔 통일부 폐지에 반대했다. 그러나 최근 4년은 생각을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파헤쳐서 온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이 많으니 통일부에 대한 특정감사를 감사원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진상이 드러나고 환골탈태한다면 유지되어도 좋을지, 부적합한 업무들을 타 부처로 이전하고 통합하는 것이 좋을지 여론을 모으는 것이 더 좋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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