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바틀렛의 회상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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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심리학자 바틀렛은 인디언의 원시 민담 '유령들의 전쟁'을 가지고 텍스트 회상에 관한 연구를 했다.
왜 다른 청년은 전쟁터에 가지 않고 그 청년이 갔을까? 그 청년은 전쟁터의 사람들을 왜 유령이라고 말했는가? 죽은 후 그의 입속에서 나온 '검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회상은 다양했지만 몇 가지 공통된 특성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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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민담은 모호하고 빈틈이 많았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회상할 때 스스로 빈틈을 메웠다. 왜 다른 청년은 전쟁터에 가지 않고 그 청년이 갔을까? 그 청년은 전쟁터의 사람들을 왜 유령이라고 말했는가? 죽은 후 그의 입속에서 나온 ‘검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회상은 다양했지만 몇 가지 공통된 특성은 있었다. 우선 전체 윤곽은 기억했지만 세부 명칭이나 부분적 사실은 불명확했고, 원래보다 길이도 짧았다. 어떤 사람은 카누 대신 보트라고 기억했고, 어떤 사람은 바다표범 사냥을 인디언 낚시라고 기억했다.
사람들은 이 민담을 어떤 방법으로 기억하고 회상했을까? 대부분은 익숙한 이야기 패턴과 인과적 추론에 근거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경향이 있었다. 이야기의 구성도 달라졌다. 바틀렛은 이런 선택이 개인적 지식과 취향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오히려 개인의 기억법을 만들어 낸 집단적, 사회적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특히 전쟁이나 주술적인 내용을 다룰 때 그 차이는 커졌다. 바틀렛은 사람들의 회상이 능동적이지만 합리적이라기보다 다분히 집단적이며 사회적인 기억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바틀렛이 말하고자 한 것은 우리가 읽는 텍스트도, 우리가 쓰는 텍스트도 온전히 자신의 지식과 경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오히려 개인의 합리적 판단을 가능하게 한 사회적 구성물에 가깝다. 같은 사실을 두고 개인 간에 판단의 차이가 나는 것은 그렇게 해석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결정 방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레이드와 뒤퐁은 모든 쓰기와 지식, 학습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억이 완전히 내 것이 아니듯 우리의 지식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글을 읽거나 쓸 때 조금은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 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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