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벽화'에..여야 "혐오적" "자진 철거"

[경향신문]
윤석열 부인 ‘비방 벽화’ 놓고
정치권, 우려·성토 한목소리
윤 “혼자 한 행위겠나” 비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한 벽화를 두고 여야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졌다. 야권은 “인격말살” “여성혐오”라고 성토했다. 여권 일부에서도 민주주의 후퇴 우려와 함께 자진철거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서점 건물 외벽에 그려진 벽화는 여성의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등의 문구가 적혔다. 김씨의 과거 사생활과 관련된 소문에 바탕을 둔 벽화로, 김씨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전면부인했다. 벽화는 서점 사장이자 건물주 A씨의 지시로 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질비방이자 정치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살인”이라며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인신공격을 일삼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고 정치품격을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적었다. 그는 “후보자 본인과 주변인에 대한 검증은 꼭 필요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도 했다. 또 다른 대선 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라며 “이른바 ‘친문(재인)’ 지지자들이 벌이고 있는 막가파식 인격살인에 대통령이 제동을 걸기 바란다”고 했다.

여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SNS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성숙한 민주주의, 품격 있는 정치문화 조성을 위해 해당 그림을 자진 철거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SNS에 “이런 행태가 이어지면 ‘쥴리’ 의혹이 의미 있는 검증이라는 주장 이면에 사실은 여성혐오와 성추문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다는 것을 증명해줄 뿐”이라며 “남성에게라면 결코 행해지지 않을 여성혐오적 흑색선전”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과 당 지도부는 이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다. 대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MBN과의 인터뷰에서 벽화 관련 질문을 받자 “민망하고, 말하기가 거북하다”고만 했다.

윤 전 총장은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그림 그린 사람이 혼자 한 행위라고 봐야 하나”라며 “저 사람들 배후엔 어떤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나”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캠프 법률팀은 입장문을 통해 “(김씨 사생활 관련 의혹은) 단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민들을 상대로 바로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우선 댓글이나 벽화, 악의성 거짓 기사를 스스로 내려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유정인·박홍두 기자 jeong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