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길어지자.. 밤 대신 4명 모여 낮술

김성모 기자 2021. 7. 2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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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4단계 탓에 오늘은 오후 3시부터 한 잔 시작했습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 술집. 친구 3명과 함께 소주를 마시던 이모(24)씨 얼굴이 불그스레했다. 친구들과 ‘1차 낮술’을 하면서, 이씨 테이블 위엔 빈 소주병 8병, 맥주병 1병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인근 고깃집 상황도 비슷했다. 이날 오후 5시쯤 20대 청년 3명이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구우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모(26)씨는 “오후 6시 이후엔 2명까지만 만날 수 있다고 하니까, 오늘은 친구들과 4시에 만나기로 약속해 먹고 있다”며 “친구들과 모이는 시간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적용을 앞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음식점 주인이 '낮술 환영'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뉴시스

수도권 지역에 지난 12일부터 고강도 방역 조치인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돼 보름 넘게 지속되면서, 수도권을 벗어나 비수도권에서 여름휴가나 각종 모임을 갖는 공간적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물론, 같은 수도권 안에서도 모임을 ‘밤’에서 ‘낮’으로 당기는 시간적 ‘풍선 효과’도 현실화하고 있다. 모임을 자제하고 여름휴가를 미루며 조심하는 이들도 적잖지만, 장기간 강한 방역 규제에 짓눌린 이들은 규제가 덜한 장소나 시간대로 눈을 돌리는 실정이다.

이에 4단계 거리 두기를 시행한 지 2주가 지났음에도 감염 확산 방지 효과는 예상처럼 빨리 나타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27일엔 하루 신규 확진자가 1896명 발생해 역대 최다(最多) 기록을 경신했고, 28일에도 1674명까지 확진자가 나오며 23일 연속 네 자릿수 확진자 기록을 이어갔다. 감염력이 센 ‘델타(인도발) 변이’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여름휴가철까지 겹치면서 비수도권 확진자는 지난 20일(550명) 이후 9일째 500명을 웃도는 상황이다.

그러자 비수도권 지역도 추가로 방역 강화 대책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현행 비수도권 거리 두기 3단계 조처를 일괄적으로 추가 격상하는 것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8일 “전국적으로 거리 두기 4단계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거리 두기 단계를 강화하면 사회·경제적 피해가 동반되기 때문에 저소득 서민층의 피해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새 거리 두기 단계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 빨리 문제를 찾아 개선·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새 사회적 거리 두기는 다중이용 시설 이용은 건드리지 않고 사적 모임 규모만 ‘2인까지’ ‘4인까지’ 등으로 강조해 사실상 ‘개인 간 거리 두기 지침’에 가깝다”며 “이러다 보니 다중이용 시설에서의 사회적 모임은 계속되고 낮 시간대 모임이 느는 등 풍선 효과가 이어지고 있어,확실한 보상을 전제로 다중이용 시설 이용 제한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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