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 딛고..코로나19로 신음하는 조국에 금빛 희망 선사[Tokyo 2020]

최희진 기자 2021. 7. 2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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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7인제 럭비팀, 2연패 달성

[경향신문]

피지 7인제 럭비 대표팀이 지난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7인제 럭비 금메달을 따낸 뒤 국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생계를 위해 거리에서 생선 팔고
광산·사탕수수 밭에서 일하기도
여객기 끊겨 화물기로 도쿄 이동
“팀워크와 사랑이 금메달의 비결”

코로나19로 신음하던 피지의 시민들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피지 7인제 럭비 대표팀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피지 대표팀 감독이었던 벤 라이언은 ‘팀워크와 사랑’이 금메달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피지 대표팀은 지난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7인제 럭비 결승에서 뉴질랜드를 27-12로 꺾었다. 피지 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인데, 두 차례 모두 7인제 럭비 대표팀이 따냈다.

인구 90만명의 피지에선 하루 12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총 2만5000여명이 감염됐고 200여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있지만, 28일 밤은 예외였다.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국기를 흔들고 냄비를 두들기고 폭죽을 터트리며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는 ‘라디오 뉴질랜드’ 인터뷰에서 “럭비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코로나19가 우리를 가로막아도 우리가 위대함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2연패로 가는 여정은 가시밭길이었다. 리우 대회 당시 주장 오세 콜리니사우는 버스요금을 낼 형편이 안 돼 동생들과 교대로 학교에 가야 했다. 도쿄 대회 주장 제리 투와이는 길에서 럭비를 연습했고, 생계를 위해 거리에서 생선을 팔았다. 선수들은 구리광산, 사탕수수 밭, 호텔 리조트에서 돈을 벌었다. 도쿄로 떠날 때는 코로나19 탓에 국제선 여객기가 거의 끊겨 화물기를 타야 했다. 이런 난관 속에서도 이들은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라이언 전 감독은 영국 가디언 기고문에서 ‘함께 일하고 서로 사랑하라’는 피지인들의 오랜 격언이 대표팀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선수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헌신했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라이언 전 감독은 “피지 대표팀은 개발도상국에 존재하는 ‘유리천장’을 부숴버렸다”며 “다른 국가 럭비팀들이 재정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불평할 때 피지는 ‘함께’의 힘을 보여줬고 공동의 목표가 돈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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