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45도 폭염에 보호대 꽁꽁..고통 받는 하키 골키퍼들[Tokyo 2020]

이정호 기자 2021. 7. 2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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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기 중 물 5배는 더 마시는 듯”
몸에 물통 묶고 빨대로 마시기도
테니스 선수들도 불만 속출하자
경기 시작 시간 4시간 미루기로

네덜란드 하키 대표팀 골키퍼 피르민 블락이 29일 일본 도쿄 오이 하키 경기장에서 열린 영국과의 경기에서 공을 막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2020 도쿄 올림픽이 한창인 일본 도쿄는 악명 높은 고온다습한 한여름 날씨로 선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9일 “다양한 종목 선수들이 일본의 무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며 이런 날씨 가운데 마스크와 장갑까지 착용하는 하키 골키퍼의 고충을 전했다.

현재 야외 종목 선수들 상당수는 30도 중반의 뜨거운 햇볕 아래 습도는 80%에 이르는 찜통더위 속에 올림픽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키는 여기에 그라운드 열기까지 더해 체감 온도가 44~45도 수준까지 치솟은 가운데 경기한다. 특히 몸을 보호하기 위해 헬멧 등 장비를 착용하는 골키퍼에게 고역이 따로 없다.

대부분의 골키퍼는 이런 더위 속에 경기를 치르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 젖은 수건과 물을 늘 가까이 두고 수시로 물을 섭취한다. 호주대표팀의 골키퍼 앤드루 차터는 “물을 5배는 더 마시는 것 같다”며 “경기 중에 5ℓ는 마신다”고 했다. 장비를 벗지 않은 채 빨대로 물을 마시기 위해 자신에게 물통을 묶은 선수도 있다.

경기장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면 1·2쿼터와 3·4쿼터 사이 휴식을 기존 2분에서 4분으로 늘리는 국제하키연맹(FIH) 규정도 28일 여자하키 A조 조별예선 남아프리카공화국-네덜란드전에서 처음 적용됐다. 특히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공과 뉴질랜드 선수들이 무더운 날씨 적응에 고전하고 있다. 남아공 남자대표팀 개러스 유잉 감독은 “남아공을 떠날 때 기온은 영하 4도였다”고 했다.

도쿄 무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야후’는 무더위 속에 경기를 치른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일부가 쓰러져 구토를 하자 “일본이 날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무더위가 상대적으로 익숙한 테니스 선수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는다. 한여름에 열리는 호주오픈에서 9차례나 우승한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도 현지의 살인적인 찜통더위에 혀를 내둘렀다.

28일에는 여자 단식 준준결승에 출전한 파울라 바도사(스페인)가 높은 기온과 습도를 이기지 못하고 1세트 후 기권했다. 바도사는 휠체어를 탄 뒤에야 코트를 떠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결국 테니스 경기 시간이 늦춰졌다. 29일부터 오전 11시에 시작한 테니스 경기가 오후 3시로 미뤄져 열린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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