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기 많은 소년, 사대에 서면 무섭게 집중"[Tokyo 2020]

하경헌 기자 2021. 7. 2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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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팅' 천재 소년궁사 김제덕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경향신문]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 24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단체전 결승 경기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부상 여파로 가벼운 활 쓰면서 긴 화살과 빠른 슈팅으로 바람을 극복
초등학생 때 출연한 ‘영재발굴단’서 남다른 인내력과 집중력 보여줘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울려퍼지던 김제덕(17·경북일고·왼쪽 사진)의 “빠이팅”은 단순히 긴장을 털어내기 위한 기합이 아니었다. 이번 도쿄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기를 살리는 하나의 구호가 되고 있다.

‘천재 소년궁사’라 불리는 김제덕의 오늘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다. 경북일고 스승 황효진 코치가 본 ‘궁사 김제덕’의 진면목은 노력과 연구에 있었다.

하루 700~1000발의 화살을 꼭 쏘던 김제덕의 루틴은 결국 2019년 어깨충돌증후군이라는 부상을 부르고 말았다. 황 코치는 “그 여파 때문인지 제덕이는 다른 선수들보다는 다소 가벼운 활과 긴 화살을 쓴다”고 말했다. 가벼운 활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조금 더 긴 화살로 변수를 상쇄한다. 보통 남자선수들이 47~50파운드(21.3~22.7㎏)의 활을 드는데 김제덕은 47파운드를 조금 넘는 활을 든다. 화살 역시 28~30인치(71.1~76.2㎝) 길이가 일반적인데 김제덕은 29인치대 후반의 화살을 쓴다.

바람의 변수를 제어하는 또 한 가지는 한 박자 빠른 ‘슈팅’이다. 황 코치는 “경기에서는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바람에 대비한다. 성격 역시 워낙 고민이 없고 과감해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깨 부상 이후 김제덕에게는 하나의 루틴이 더 생겼다. 어깨에 무리가 가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황 코치는 “선수들이 반대편 근육을 쓰기 위해 배드민턴이나 볼링 등을 쉬는 시간에 하는데 제덕이는 이러한 운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 그 나이에 양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참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제덕이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 시절의 김제덕(왼쪽에서 두번째)이 2016년 7월 방송된 SBS <영재발굴단> 촬영 당시 제작진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황성준 SBS PD 제공

‘소년 김제덕’의 멘털은 이미 방송을 통해 크게 알려졌다. 김제덕은 2016년 SBS에서 제작한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을 통해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특집으로 한국과 중국의 영재들이 만나 대결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당시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황성준 SBS PD도 김제덕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황 PD는 “보통 영재 선수들을 찾을 때는 유소년 전국대회의 성적을 파악하는데 이미 김제덕 선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국대회를 싹쓸이하고 있었다”면서 “감독선생님에게 허락을 얻고, 아버지와 조부모님을 만나 기획을 설명드렸다.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거라며 선수도 가족분들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 경륜장인 스피돔에 특설세트를 설치해 촬영한 양궁 대결은 김제덕과 중국 고교 궁사들의 대결로 이뤄졌다. 황 PD는 “당시 김제덕 선수의 감독님은 ‘성인 대표와도 대결할 실력이 된다’고 하셨다. 마침 한국인 감독님이 중국 고교 선수들을 이끌고 한국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면서 “총 36발을 쏴서 합산해 겨루는 방식이었는데 동점이 돼 슛오프(연장전) 끝에 10-9로 김제덕 선수가 이겼다”고 말했다.

황 PD는 김제덕에 대해 “평소에는 그냥 장난기 많고 해맑은 소년이었는데 집에선 예의바른 소년으로 변하더라”며 “사대에 서면 옆에서 말을 붙이기가 두려울 정도로 무섭게 집중하는 모습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황 PD는 “당시 <영재발굴단> 제작진이 이번 올림픽 때 모두 모여 김제덕 선수를 응원했다. 금메달을 따자 눈물을 보이는 작가도 있었다”면서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어린 나이인데 그렇게 목표를 향해 가는 노력이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돌아봤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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