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호구 센서 더듬는 발차기..'노 잼' 비판 슬펐다"[Tokyo 2020]
[경향신문]
금메달 못 딴 것보다 발차기의 매력 살리지 못하는 태권도 안타까워
공정성 확보한 것은 인정하지만 기술적 태권도 보여줄 규정 더해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태권도는 ‘노 골드’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종주국 한국이 금메달 하나 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번째 도전이자 은퇴 무대였던 도쿄 올림픽에서 노 메달로 귀국길에 오른 이대훈(29·대전시청)은 지난 28일 통화에서 “마지막 목표였던 올림픽에서 내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보다 태권도의 재미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더 슬펐다”고 말했다.
이대훈이 자신의 부진보다 태권도의 ‘노 잼’에 탄식한 것은 태권도 종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책임감을 갖고 있어서다. 선수들이 몸을 맞댄 채 발바닥으로 상대 몸에 붙은 전자호구 센서만 찾아다니는 모습은 이대훈에게도 아쉬움 그 자체였다. 이대훈이 현지서 현역 은퇴를 선언한 자리에서 “더 박진감 넘치는 태권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던 이유다.
태권도의 매력을 잃게 만든 주범은 전자호구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판정 시비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전자호구가 태권도 특유의 힘있는 발차기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인교돈이 남자 80㎏ 초과급 16강전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파르자드 만수리를 뒤돌려차기로 쓰러뜨렸는데 센서가 달린 헤드기어가 벗겨져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인교돈이 이번 올림픽의 대세처럼 발바닥으로 상대 머리를 문질렀다면 쉽게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이대훈은 “전자호구를 도입해 공정성을 확보한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면서 “선수가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은 됐다. 여기에 기술적인 태권도를 보여줄 수 있는 규정을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규정을 조금씩 손보고 있는 태권도가 지루한 경기를 막아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대훈은 “규정을 바꿀 땐 선을 잘 지켜나가야 한다. 굵직한 규정 변화는 태권도의 재미를 바꾸고, 경기 스타일도 바꾼다”고 말했다. 이대훈은 또 “이번 대회를 보면 대부분 외국 선수들의 경기력과 스타일이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는) 선수가 붙어서 얼굴을 차는 것은 사실 멋있는 플레이가 아니다. 참 답답했다. 내가 그런 발차기로 (좋은 성적을) 냈어도 기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태권도가 스포츠 정신에선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위로가 된다. 패자가 승자를 예우하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는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이대훈이 2016 리우 올림픽 68㎏급 8강전에서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패배한 뒤 상대의 손을 번쩍 들어준 게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도쿄 올림픽에선 이다빈이 여자 67㎏ 초과급 결승에서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에게 금메달을 내준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재현됐다. 이대훈은 “숱한 무대에서 만난 선수들끼리 존중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다빈이의 세리머니도 상대를 축하해주고 싶은 진심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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