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100kg' 조구함, 결승서 일본에 아쉬운 한판패 [Tokyo 2020]
[경향신문]
처절한 승부였다. 100㎏의 거구들이 땀을 비오듯 흘렸다. 서로 몸을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는 덩치들이다. 연장전 시계가 이미 5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조구함(29·KH그룹 필룩스)이 그린 그림대로 무대가 만들어졌다. 2020 도쿄 올림픽 유도는 일본 유도의 성지라 여겨지는 무도관에서 열린다. 조구함은 “조 편성 때 에런 울프와 반대쪽에 있기를 바랐다”고 했다.
무도관에서 열리는 올림픽 유도, 일본 선수와의 결승전에서 이겨서 금메달은 거는 것. 그래서 무도관 맨 위에 태극기를 올리는 그림. 조구함은 “올림픽 결승전을 넘어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기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 그림을 차곡차곡 채웠다. 조구함은 16강에서 알렉산다르 쿠콜리에게 한판으로 이겼고, 8강에서 독일의 프레이 칼-리차드를 연장 띄어치기 절반으로 이겼다. 4강에서는 세계랭킹 2위인 포르투갈의 조르지 폰세카를 경기 종료 직전 업어치기 절반으로 물리쳤다.
일본 대표 에런 울프도 조구함의 그림대로 결승에 올랐다.
경기는 치열했다. 잡기 싸움과 기술, 방어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조구함의 기술을 울프가 막았고, 울프의 시도를 조구함이 치웠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치열한 승부 속 땀이 비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규시간 4분이 금세 지났고, 연장전 시간도 하염없이 흘렀다. 조구함도 울프도 유도복이 땀에 젖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상대 옷깃을 잡아채기는커녕, 옷깃을 잡는 것조차 힘겨운 1초, 1초가 흘렀다.
연장 5분30초가 넘었을 때 울프가 조구함의 중심을 흔들었다. 이어 안다리 후리기 기술이 들어갔고 조구함이 이를 피하지 못했다. 뒤로 넘어지며 한판패.
오랫동안 꾸었던 꿈의 결과는 현실에서 반대가 됐다. 조구함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울프에게 다가가 승리를 축하했다. 지독하게 처절한 승부를 가른 둘의 우정이 빛났다.
조구함은 “대표팀 10년 넘게 하면서 오늘의 울프가 가장 강한 상대였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울프가 잘 막았다. 패배를 인정한다”며 “대신, 울프가 파리 올림픽 도전을 결정하도록 해 줬다”며 웃었다. 조구함은 2016 리우 대회 때 십자인대 파열 부상 후유증으로 16강에서 탈락했다. 이번 대회 준비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실내 훈련장도, 파트너도 구하기 어려웠다. 조금 아쉬울 수 있는 은메달이지만, 울프와의 승부는 다음 도전의 의지가 된다. 조구함은 ‘한국에 돌아가면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바로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도쿄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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