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쑨양과는 다른 황선우의 '마이웨이'[Tokyo 2020]
[경향신문]
박·쑨양, 장거리에서 시작해
400m·200m로 종목 바꿔
황, 초등생부터 단거리 집중
100m 기록 추이 보면 ‘낙하’
황선우(18·서울체고)는 “주종목은 자유형 100m”라고 말해왔다. 수영을 아는 모든 이들이 반대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400m에 도전하는 게 좋다”고 했다. 한국 선수는 단거리 메달 가능성이 없다고 모두들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태환이 그랬고, 쑨양이 그랬다. 1500m에서 시작해 400m, 200m로 종목을 바꿨다. 어릴 때부터 장거리를 위한 ‘지근 강화 훈련’에 매진했다. 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을 키운 뒤 거기에 스피드를 얹었다. 무엇보다 쑨양은 키가 198㎝나 돼 가능했다고, 지금까지 믿어왔다.
황선우는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중이다. 자신의 수영을 믿고, 자신의 기록을 계속해서 단축했다.
대한수영연맹에 따르면 황선우가 ‘선수’로 등록해 뛴 첫 100m 레이스는 팔달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15년 5월14일 KBS배 전국수영대회였다. 황선우는 1분00초05를 기록했다. 매현중학교 진학 이후 황선우의 기록은 급격하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2016년 6월 광양만배 유소년대회 때 56초05를 기록하더니 2017년 김천대회에서 53초62로 2초 넘게 단축했다. 그해 서울체중으로 전학간 뒤 MBC배 대회에서 52초91을 기록해 52초대에 진입했고 2018년 동아수영대회에서 51초32로 51초대에 들어섰다. 그해 8월 대통령배 대회에서 55초22로 한 번 삐끗한 것 말고는 황선우의 100m 기록은 ‘낙하’에 가깝게 좋아졌다.
서울체고 진학 뒤 황선우의 100m 기록은 빠르게 단축됐다. 2019년 3월 제주한라배 대회에서 50초58을 기록했고, 5월에 열린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처음으로 49초85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때까지는 국내 2~3위에 불과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황선우의 기록이 가파르게 낙하했다. 2020년 10월 김천대회에서 48초51을 기록하더니 11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48초25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5월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이 기록을 다시 48초04로 줄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결국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6일 예선에서 47초97로 한국 수영 사상 첫 47초대 선수가 됐고, 27일 준결승에서 47초56으로 아시아신기록까지 세웠다.
도쿄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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