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서 8억9000만년 전 해면동물 흔적 발견..最古 화석 가능성

조승한 기자 2021. 7. 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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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 9000만 년 전 해면의 흔적으로 보이는 역대 가장 오래된 동물 화석이 발견됐다. 왼쪽은 이번에 발견된 화석, 오른쪽은 현대 해면의 콜라겐 골격이다. 엘리자베스 터너 제공

캐나다에서 8억 9000만년 전 해면의 화석이 발견됐다. 해면은 바다 바닥이나 다른 동물 표면에 붙어 자라는 동물로 실제 해면이 맞다면 지금까지 발견된 동물 화석 중 가장 오래된 화석이 된다. 동물 발생의 역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며 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엘리자베스 터너 캐나다 로렌티안대 지구과학부 교수는 캐나다 북서부 맥킨지 산맥에서 발굴한 화석에서 해면 골격과 비슷한 단백질 그물 형태를 발견했다고 28일(현지시간) ‘네이처’에 발표했다.

절지동물과 연체동물 등 동물의 흔적이 담긴 화석은 5억 4100만년 전 캄브리아 생물대폭발 시기 주로 발견된다. 해면도 이 시기 화석에서 발견되는 동물 중 하나다. 오늘날도 바닷속에 존재하며 목욕용 스펀지로도 쓰이는 해면은 내부가 섬유 단백질인 콜라겐으로 이뤄진 그물 형태를 띤다. 이번 화석에서도 그 형태가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프랑스 해안에서 자라는 회색 해면. 목욕용 스펀지로 쓰이기도 한다. 네이처 제공

이번 화석 발견은 동물의 기원을 밝힐 새로운 증거가 됐다. 과학자들은 유전자(DNA)의 진화에 걸리는 시간을 토대로 동물 발생 시기를 역추적하는 분자시계 분석을 통해 동물의 기원을 찾아 왔다. 이를 토대로 예측되는 동물의 발생 연대는 8~10억 년 전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물적 증거가 없어 학계에서 분자시계 분석법을 놓고 논쟁이 있어 왔다.

이번 논문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정현 충남대 지질과학과 교수는 “화석 기록은 약 6억 년 전까지 발견되나 동물이 살 수 있는 시기는 이론적으로 8~10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며 “이 사이에 틈이 있는데 이 화석이 현재로써는 이를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증거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일대 전기 고생대(캄브리아기 대폭발 이후) 퇴적층 분석을 주로 수행해 온 고생태학 전문가다.

이번 연구는 20년이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얻은 성과다. 여러 저자가 이름을 올리는 연구들과 다르게 터너 교수 혼자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터너 교수는 대학원생이던 1990년대 맥킨지 산맥의 외딴 지역에서 발굴해 얻은 화석 샘플들을 계속해 보관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이 화석이 어떤 것을 품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석회암 화석 속 해면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확대했다. 네이처 제공

그러던 중 최근 연구들에서 5~6억 년 전 사이 해면 화석의 패턴이 이와 비슷한 형상을 띤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터너 교수는 자신이 가진 화석 속 패턴이 이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터너 교수는 “이 암석들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서 복잡하거나 이상한 것을 찾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이번 연구를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같은 날 기사를 통해 이번 연구에 확신을 하지 못하는 연구자들도 많다고 소개했다. 학계의 논의를 부를 가치가 있는 만큼 게재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 교수는 “저를 포함해 4명이 심사하면서도 3명만 최소한 비슷한 걸 찾아보고 토의할 가치가 있다는 데 동의했고 1명은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레이철 우드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네이처에 “미생물이 기이하고 멋진 모양과 패턴을 만들 수 있다”며 다른 미생물의 흔적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터너 교수는 당시 암석에 살던 유기체는 이번에 발견된 복잡한 구조를 설명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너선 앤트클리프 스위스 로잔대 교수도 뉴욕타임즈에 “고대 해면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증거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6억 년 전 인산염암에서 발견된 해면 화석의 현미경 사진. 보존 상태가 꽤 좋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 제공

연구에 쓰인 화석에서 나온 해면의 빈도가 부족해 존재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2014년 호아킴 레이트너 독일 괴팅겐대 지구생물학부 교수 연구팀은 화석을 한겹씩 잘라 관찰하는 방법으로 해면의 3차원 형상을 만드는 데 성공해 캄브리아기 대폭발 당시 해면이 있었다는 것을 보였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극히 일부에서만 해면 구조의 단면이 관찰됐다.

학계는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전 생물이 있었는지, 아니면 분자시계 분석이 틀린 것인지를 놓고 다시 논쟁에 들어가게 됐다. 생물이 있었다면 과거 극한 환경에서 생물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도 관심사다. 8억 9000만 년 전 지구는 극도로 낮은 산소 농도와 차가운 온도를 가져 현생 동물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기 때문이다.

터너 교수는 “해면이 산소를 방출하는 광합성 남세균 옆에 있어 미생물 암초 틈에서 생활하며 저산소 환경에서 생존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콜라겐 가지가 뻗어나가는 방향을 토대로 보면 이러한 주장은 일부 설명이 된다”면서도 “아직은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 많은 화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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