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 품격' 보여준 조구함.. "다음 올림픽 나갈 동기 됐다"

서필웅 2021. 7. 2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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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일본 도쿄의 니폰 부도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100㎏급 결승전.

건장한 체격의 청년 조구함(29)이 일본의 혼혈 선수 애런 울프와 치열한 혈전을 펼치고 있었다.

워낙 뛰어난 실력자라 금세 다시 체급의 강자로 올라설 수 있었고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거쳐 도쿄올림픽 도전 기회까지 다시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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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유도 100kg급 결승전 日 울프에 져
연장혈투 5분35초 만에 아쉬운 한판패
"상대 강하더라.. 패배 인정" 밝게 웃어
승자손 번쩍 ‘금메달급 매너’ 조구함(오른쪽)이 29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 결승에서 골든스코어 혈투 끝에 패한 뒤 상대 선수인 일본 애런 울프의 손을 치켜올리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29일 일본 도쿄의 니폰 부도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100㎏급 결승전. 건장한 체격의 청년 조구함(29)이 일본의 혼혈 선수 애런 울프와 치열한 혈전을 펼치고 있었다. 정규시간 4분은 이미 끝났고, 연장 골든스코어 승부도 5분을 훌쩍 넘겼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체력은 거의 소진된 상황. 그때 울프의 안다리 공격이 들어왔고, 그만 조구함은 매트에 누워버리고 말았다. 연장전 5분35초 만에 내준 아쉬운 한판패였다. 그러나 툭툭 털고 일어났다. 승자인 울프의 손을 들어주고 홀가분하게 경기장을 나섰다. 비록 마지막 순간 패배했지만 금메달 이상의 무엇인가를 얻은 표정이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종종 ‘불운’을 키워드로 달고 다니는 선수가 등장하곤 한다. 부상이나 예상치 못한 경기 상황 등으로 성과를 손에 넣지 못하는 선수들이 이렇게 불리곤 한다. 물론 아무나 얻을 수 없는 수식어이기도 하다. 불운만 없었다면 분명 훨씬 더 높은 위치에 올랐을 것이라고 모두에게 인정받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춰야만 이렇게 불릴 수 있다.

조구함은 최근 유도계에서 이런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선수다. 5년 전만 해도 그는 훌륭한 실력을 갖춘 메달 유망주일 뿐이었다. 그러나 꿈에 그리던 2016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시련이 찾아왔다. 왼쪽 전방십자인대에 부상을 당한 것.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는 치료를 미루고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선수 생명을 건 도전이었다. 그리고 16강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불운을 탓하는 대신 다시 올림픽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단 미뤄뒀던 수술을 받고 길고 힘든 재활까지 거친 뒤 매트 위에 복귀했다. 워낙 뛰어난 실력자라 금세 다시 체급의 강자로 올라설 수 있었고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거쳐 도쿄올림픽 도전 기회까지 다시 얻어냈다.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조르지 폰세카(포르투갈)를 꺾는 등 선전을 이어가며 마침내 꿈에 그리던 올림픽 결승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유독 고전 중인 한국 유도가 얻어낸 첫 결승 티켓이었다.

여기에 결승에서도 홈코트의 울프를 상대로 10분에 가까운 혈투를 치러냈다. 이 과정에서 그에게 붙어있던 ‘불운’이라는 꼬리표는 사라졌고, 이제는 최종 목표에 거의 근접했던 훌륭한 도전자로 불릴 수 있게 됐다.

그랬기에 조구함도 밝게 웃을 수 있었다. 경기 뒤 “경기하기 전부터 울프와 결승에서 만났으면 했다. 일본 유도 중추인 부도칸에서 일본 선수를 이겨보고 싶었다”면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상대가 강하더라. 패배를 인정한다”고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다시 일어나 이번엔 챔피언 자리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늘의 은메달이 제가 파리올림픽으로 향하게 되는 동기가 됐다”면서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올림픽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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