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아이콘' 조구함, 초인적인 집념으로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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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5분35초에 들어온 안다리 후리기.
한국 유도 중량급의 간판 조구함(29·KH그룹 필룩스)이 29일 도쿄 일본부도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일본의 에런 울프(25)에 안다리 후리기 한판으로 패해 은메달을 땄다.
옷깃을 마주 잡은 상태에서 미세한 힘의 변화를 감지한 울프가 조구함의 안다리를 후렸고, 조구함은 자신의 주무기인 업어치기를 써보지도 못한 채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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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올림픽 부상 불운 털어내며 부활
조구함 상대 손 올려주며 승리 축하해 줘
연장 5분35초에 들어온 안다리 후리기. 불의의 기습에 무너진 조구함은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도복을 정리한 뒤 상대의 손을 치켜세웠다. 지난 5년간 초인적인 집념이 맺은 은메달이 더욱 값져 보였다.
한국 유도 중량급의 간판 조구함(29·KH그룹 필룩스)이 29일 도쿄 일본부도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일본의 에런 울프(25)에 안다리 후리기 한판으로 패해 은메달을 땄다. 울프는 미국계 일본 선수다.
조구함은 매트 위에서 허공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벌떡 일어나 상대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조구함은 ‘불운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2016 리우올림픽의 유력한 메달 후보였으나 대회 3개월 전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고, 본선에서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16강에서 패했다. 귀국해 재활과 복귀까지 1년의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초인적인 힘으로 위기를 극복한 뒤 세계대회 우승(2018년), 그랑프리 우승(2019년) 등으로 재활에 성공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 앞서 한 인터뷰에서는 “부상을 막는 것도 준비의 하나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조구함은 이날 결승전 경기 시작 뒤 39초 만에 울프와 지도(반칙) 1개씩을 받았다. 팽팽한 힘 대결을 펼친 둘의 대결은 정규 4분에 승패를 가릴 수 없었다. 무제한 연장전에 들어간 둘은 또 다시 지도 하나씩을 받으면서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단 한번의 지도를 받으면 패하는 상황. 조급해진 상황에서 기세싸움을 벌이던 둘의 균형은 연장 5분35초에 갈렸다. 옷깃을 마주 잡은 상태에서 미세한 힘의 변화를 감지한 울프가 조구함의 안다리를 후렸고, 조구함은 자신의 주무기인 업어치기를 써보지도 못한 채 무너졌다. 워낙 진을 빼는 경기를 연속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기 때문이다.
조구함의 은메달은 이번 도쿄올림픽 한국 유도대표팀의 최고 성적이다. 톱 선수들의 실력이 엇비슷해 ‘혼돈의 체급’이라 불리는 데서 일군 성과다. 2004 아테네올림픽 장성호(은메달) 이후 이 체급에서 나온 17년 만의 은메달이기도 하다.
성실파로 통하는 그는 대표팀 안에서도 훈련량이 가장 많은 선수로 통한다. 부상 재발을 막기 위한 고난의 체력훈련도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 송대남 감독과 실업팀 필룩스에서 함께 훈련하고, 대표팀에서도 지도를 받으면서 더 안정감을 높였다. 하지만 “애국가를 울리겠다”는 그의 꿈은 아쉽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조구함은 경기 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여자 78㎏의 세계 23위 윤현지(27·안산시청)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 8위 브라질의 마이라 아귀아르에게 누르기 한판으로 지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윤현지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끌어냈다.
16강에서 세계 7위 나탈리 파월(영국)을 허벅다리 감아치기, 배대뒤치기로 절반 두 개를 묶어 한판승을 거뒀고, 8강전에선 세계 5위 휘셔 스테인하위스(네덜란드)를 연장전 끝에 반칙승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하지만 준결승 무대에서 세계 1위인 프랑스의 마들렌 말롱가에 밀렸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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