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벽'에 막힌 복지 기준선 인상..복지부 "합의대로 6%대"

최하얀 2021. 7. 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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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기준 중위소득' 두고 갈등
기재부 "물가상승률만큼" 1%대 제시
"빈곤층끼리 예산 나눠가지란 거냐"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린 지난해 7월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민중생활보장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정부에 의료급여 항목 등을 포함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히 폐지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부가 오는 8월1일 기초생활보장 등 77개 복지사업 대상 가구 선정 기준으로 쓰이는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해야 하지만, “지난해 합의대로 6% 이상 올려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와 “재정 부담이 과도하다”는 기획재정부가 막판까지 맞서면서 격론을 펼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과 급여별 선정 기준 결정을 위한 63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를 열었지만 3시간 넘게 격론하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30일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중앙생활보장위는 기초생활보장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위원회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기재부 등 관계부처 차관 5명이 당연직으로, 전문가·공익위원 10명이 위촉직으로 참여한다.

쟁점은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얼마만큼 올릴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기본 증가율’ 수준이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순대로 나열할 때 중간에 있는 값을 말한다. 다만 내년 중위소득은 파악된 가장 최신 자료인 2년 전 중위소득으로 추정해야 해서, 이전까지의 증가율과 경기 상황 등을 반영해 기준 중위소득을 구한다. 앞서 지난해 7월 중앙생활보장위는 ‘앞으로 6년 동안 기본 증가율과 추가 증가율을 산정해 기준 중위소득 최종 증가율을 결정한다’는 산출 원칙을 재정비했다. 그러면서 기본 증가율은 ‘활용 가능한 최신 3년 중위소득 증가율 평균’을 삼기로 했고, 지난해 통계원을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바꾸면서 발생한 중위소득과 정부가 책정한 기준 중위소득 간 격차 등을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추가 증가율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처럼 산출 원칙을 재정비한 것은, 올해 기준 중위소득에 지난해 가계동향조사의 중위소득 증가율을 곱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빈곤층 지원이 더 절실해지는 불황기에 되레 기준 중위소득이 전년보다 더 낮아져 버리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통계원 변경으로 실제 중위소득보다 정부가 책정한 기준 중위소득이 훨씬 낮았다는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4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517만8100원인데, 같은 해 기준 중위소득은 461만3536원으로 더 적었다.

이 때문에 전날 회의에서 복지부와 대다수 전문가·공익위원은 재정비한 산출 원칙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하면 기본 증가율은 2017∼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 증가율 평균인 4.32%가 된다. 여기에 지난해 정한 ‘6년간 격차 해소용’ 추가 증가율 1.94%를 더하면,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한달 약 519만원, 1인 가구는 197만원이 된다. 생계급여는 가구 소득인정액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일 때 지원되므로, 4인 가구라면 월 소득 156만원까지, 1인 가구는 59만원인 경우까지 수급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전날 회의에서는 지난해의 경우 이런 산출 원칙을 정하고도 “경제성장률이 -1%로 전망되어 증가율을 보정해야 한다”는 기재부 요구가 결국 반영됨으로써 기본 증가율이 3년치 평균인 2.94%가 아니라 1%로 임의 하향 조정해 결정됐던 점, 올해 성장률이 4%대로 예상되는 점 등을 토대로 이번에는 산출 원칙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문재인 정부 4년간 기준 중위소득 평균 인상률이 2.21%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증가율을 높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기재부는 원칙대로 할 경우 재정 부담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이달 5일 열렸던 중앙생활보장위 생계·자활급여 소위원회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 수와 재정 소요가 급격하게 증가해 기본증가율을 소비자물가증가율만큼만 올려야 한다’며 1.4%를 제시했다. 아울러 지난해 합의 때 ‘급격한 경기 변동 등에 따라 과다 혹은 과소 추계의 우려가 있으면 증가율을 보정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포함된 점을 앞세우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런 예외를 넣었기 때문에 지난해 합의를 했던 것”이라며 “다만 전날 회의에서는 (1.4%보다는 높은)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재부가 강조하는 예외조항 뒤에 “이 경우 저소득층의 최저생활 보장 취지를 고려한다”는 문구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재부가 보정 여지를 남기는 예외조항을 요구하자, 일부 중앙생활보장위원들이 부정적 의견을 표하면서 최종적으로 반영된 추가 단서다.

기재부 주장에 대해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기초생활보장 지원이 필요한 빈곤층 규모를 정부가 합리적으로 살피는 것이 아니라, 임의의 예산 총액 속에서 빈곤층끼리 지원을 나누어 가지란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도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현실보다 훨씬 낮은 기준 중위소득이 결정되는 것은 코로나19 재난 속 생계급여 등 최저선 복지가 필요한 국민을 투명인간처럼 감추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하얀 이정훈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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