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크루즈', 여자 인디아나 존스? 20세기 어드벤처 영화의 향수 [N리뷰]

정유진 기자 2021. 7. 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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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크루즈'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글 크루즈'(감독 자움 콜렛 세라)를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영화들을 떠올리게 된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 크게 성공했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있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중절모를 쓴 채 미지의 세계에서 모험을 펼치는 고고학자 존스 박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글 크루즈'는 '인디아나 존스' 같은 클래식 어드벤처 영화의 향수를 가득 품은 영화다. 그래서일까. '정글 크루즈' 속 여주인공 릴리 하우튼은 '여자 인디아나 존스'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지난 28일 개봉한 '정글 크루즈'는 사실 영화가 아닌 디즈니랜드의 유명 어트랙션(놀이기구)의 스토리텔링(?)을 영화로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어트랙션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아마존의 독특한 자연 환경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고대의 신비로운 마법 및 장치 등이 큰 화면 속에 사실적으로 구현됐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실제 '정글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한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21세기 오락 영화들이 지향하는 일종의 '체험형 영화'인 셈이다.

영국 귀족 출신 식물 탐험가 릴리 하우튼(에밀리 블런트 분)은 의학계의 미래를 바꿀 전설의 치유 나무를 찾기 위해 남동생 맥그리거 하우튼(잭 화이트홀 분)과 함께 아마존 탐험을 시작한다. 릴리 하우튼의 목적지까지는 배를 이용해야 하고, 몇 가지 소동을 거쳐 그는 스키퍼 프랭크 볼프(드웨인 존슨 분)의 '라 퀼라호'에 승선하게 된다. 바지를 입는 여성이 흔하지 않았던 시대, 남자처럼 바지를 입고 자기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는 지적인 릴리 하우튼은 무엇인가를 숨긴 채 의뭉스럽게 행동하는 프랭크 볼프와 시도때도 없이 충돌한다. 릴리 하우튼은 치유의 나무를 찾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프랭크 볼프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존심 센 여자 캐릭터와 생존 능력 강한 마초 남자 캐릭터의 설정은 어딘지 모르게 스테레오 타입이다. '아마존에서 치유의 나무를 찾아 떠난다'는 설정 역시 새롭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글 크루즈'는 예상하지 못한 판타지 설정과 꼼꼼하게 준비된 아기자기한 디테일과 전개로 어드벤처 영화의 매력을 발산한다. 16세기 아마존을 찾은 스페인 정복자들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따 온 후반부의 이야기 역시 어드벤처 영화에 어울리는, 이국적인 신비로움을 더한다. 베테랑 연기자 드웨인 존슨과 에밀리 블런트는 훌륭한 콤비 플레이를 보여주고, 성소수자 동생 맥그리거 하우튼의 감초 연기도 영화에 즐거움을 더한다.

디즈니랜드의 어트랙션 정글 크루즈는 영화 '아프리카의 여왕'(1951, 감독 존 휴스턴)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아프리카의 여왕'은 1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 주둔 동아프리카 원주민 마을에서 독일군 때문에 오빠를 잃은, 마을의 유일한 백인 여자 로즈(캐서린 헵번 분)가 아프리카의 여왕이라는 이름의 폐선 직전 발동선 선장 찰리(험프리 보가트 분)와 함께 독일군에 대한 방해 공작을 진행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원작격 영화 '아프리카의 여왕'의 영향 때문인지 '정글 크루즈'에서도 독일은 적으로 등장한다. 야망으로 가득찬 빌헬름 대제의 막내 요아힘 왕자(제시 플레먼스 분)의 캐릭터가 그렇다.

이처럼 '정글 크루즈'에서는 '주말의 명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클래식한 설정들이 펼쳐지지만, 식상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오히려 옛날 영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신선하게까지 느껴진다. 이는 이 영화가 20세기 영화의 매력을 취했으면서도 여성이나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21세기에 어울리는 균형 감각을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에 가능한 감상이다. 옛날 영화를 보고 있을 때 요즘 사람들이 느낄만한 불편함이 이 영화에는 없다. 여기에는 릴리 하우튼의 캐릭터가 큰 몫을 했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어려운 일을 자처했다 위기에 빠졌을 때는 결국 남자의 도움으로 구출되고 마는 '민폐녀' 캐릭터가 아니다. 끝까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다하며 주체적으로 자신의 앞에 벌어진 사건들을 해결한다. 에밀리 블런트는 이러한 릴리 하우튼의 캐릭터를 이해했고, 노련하게 연기해냈다. 러닝 타임 127분. 지난 28일 개봉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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