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차이나] 본색 드러낸 시진핑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민영 기업 무릎 꿇렸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21. 7. 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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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산하 공식 관영 매체인 신화사가 28일 밤 중국 플랫폼 경제와 사교육 산업 규제는 탄압이 아니라 시장 폐단을 없애기 위한 정책이라고 정당화했다.

규제 공포에 질린 국내외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 주식을 투매해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 옹호에 나선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민간 사교육 회사들을 국유화하다시피 해버려 중국식 시장경제 체제에 민영 기업은 사실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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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날개 꺾은 후 9개월간 주요 산업 저격
민간 기업에 공산당 통제력·지배력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중국 정부 산하 공식 관영 매체인 신화사가 28일 밤 중국 플랫폼 경제와 사교육 산업 규제는 탄압이 아니라 시장 폐단을 없애기 위한 정책이라고 정당화했다. 인터넷 데이터 보안을 보호하고 사회민생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규제 공포에 질린 국내외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 주식을 투매해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 옹호에 나선 것이다.

이 매체는 “최근 중국 증시에 비교적 큰 변동이 있었고 시장에 우려 정서가 존재한다”면서도 “중국 경제가 계속 좋아지는 기본면엔 아무런 변화가 없고, 중국의 개혁·개방 행보는 여전히 확고하며, 중국 자본시장 발전의 기초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했다.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혼란은 중국 자본시장 개혁이 깊어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또 “플랫폼 경제와 교외교육(사교육)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산업 감독관리 강화는 국가 경제사회의 장기 발전에 유익하다”며 “사회주의 시장경제란 발전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공존을 말했지만, 방점은 사회주의에 찍혔다.

중국 사교육 산업 말살로 촉발된 이번 주가 폭락 사태를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본색을 드러낸 것이란 평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민간 사교육 회사들을 국유화하다시피 해버려 중국식 시장경제 체제에 민영 기업은 사실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이들 기업에 투자한 해외 기업과 투자자는 큰 피해를 보게 됐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마윈. /AP 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마윈의 핀테크(금융 기술) 회사 앤트그룹 상장을 무산시킨 것을 시작으로, 9개월에 걸쳐 주요 산업을 타격했다. 알리바바·텐센트·메이퇀·디디추싱 등 ‘빅테크’라 불리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부터 원자재·암호화폐·교육·부동산 산업에 규제 강화 칼날을 들이댔다. 특히 중국공산당 100주년 기념일인 7월 1일 전후로 규제 정책이 대거 쏟아졌다.

중국 정부는 표면적으론 공정이란 가치 회복을 기업 규제 명분으로 내세운다. 공동 번영과 인민 생활 향상을 기치로 내걸기 때문에 일반 국민에겐 환영을 받는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공산당의 권위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민간 기업들을 억누르고 경제·산업 전반에 당의 통제력과 지배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저격을 당한 것도 이들이 가진 데이터 권력 때문이다. 알리바바나 텐센트는 전자상거래 사업과 모바일 결제 서비스 등을 통해 거의 모든 중국인의 개인정보를 확보했다. 최근 중국 기업의 해외, 특히 미국 증시 상장을 제한한 것도 중국에서 모은 빅데이터가 외국 정부로 넘어가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어린이들의 하교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정부 규제는 한동안 다른 분야로 더 확대될 거란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 헬스케어 업종이 다음 규제 대상으로 거론된다. 의료비는 교육·부동산과 더불어 중국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세 개의 장애물로 꼽힌다. 헬스케어 기업들이 막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도 중국 당국의 표적이 된 이유다.

중국 정부의 규제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커지며 외국 투자자들은 자금을 빼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패닉 셀링(공포에 파는 것)’을 이어가며 앞서 23일부터 사흘간(거래일 기준) 중국 주식 가치는 8000억 달러(약 917조 원) 증발했다. 전 세계 금융산업 협회인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상반기 중국 주식시장으로 월평균 58억 달러(약 6조6500억 원)가 순유입됐는데, 27일 하루에만 6억 달러가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불안 심리는 외환·채권 시장까지 강타했다.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3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고 중국 국채 가격은 급락했다(국채 금리는 상승).

중국 당국은 금융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관영 매체들이 ‘저점 매수’ 기회라고 낙관론을 띄우는가 하면, 증권 감독 당국인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전날 밤 대형 투자은행 임원들을 소집해 화상 회의를 열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금융시장에 300억 위안을 투입했다. 증시를 떠받치기 위해 중국 국영 투자은행과 증권사, 국유 펀드 등이 나서 주식을 사들였다는 관측도 있다. 29일 중국 본토 상하이종합지수는 닷새 만에 상승 마감했고 홍콩 항성지수는 이틀 연속 상승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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