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美 경제 진전" 평가했지만..2분기 성장률 6.5% 그쳐
반도체 부족·인력난이 발목
파월 "아직 갈 길 남아 있다"
'자산매입 축소' 시기
전문기관마다 전망 엇갈려
내달 실업률이 변수될 듯
미국 경제가 올해 2분기에 6.5% 성장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충격에서 벗어났다는 걸 보여줬지만 시장 예상(8~9%)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미 중앙은행(Fed)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델타 변이 확산에도 미국 경제는 계속 호전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예상보다 부진한 경제 성적표
미 상무부는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6.5%(연율 기준 속보치)를 기록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광범위한 백신 배포와 집중적인 부양책으로 수요가 반등한 덕분이다. 깜짝 성장했던 1분기(6.4%)보다는 개선됐으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취합한 전문가 예상치(8.4%)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결과다. 연율은 현재 분기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1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한 뒤 환산한 수치다.
미국 경제가 작년 -3.5% 역성장해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11.6%) 후 74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는 걸 감안하면 꽤 괜찮은 성적표다. 미국의 잠재 성장률(1.5~2.0%)보다 훨씬 큰 폭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일각에선 2분기 성장률이 1983년 2분기 이후 38년 만에 가장 높은 9.2%(팩트셋)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반도체 칩 부족 등 공급망 차질과 인력난이 더 높은 성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비스업 경기 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다.
회계컨설팅 업체인 그랜트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품 부족 현상이 확산하면서 일부 제조업체가 생산을 중단했고 무역 역시 원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델타 변이까지 퍼지고 있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6.5~7.0%)가 줄줄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만 2분기 고속 성장 후 경기가 급랭하는 ‘정점 논란’은 수그러들 전망이다.
Fed는 ‘경제가 진전 중’ 명시
Fed는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제로’ 수준인 현재의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위한 조건들이 무르익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Fed는 매달 1200억달러인 채권 매입 규모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테이퍼링을 시작하기 위한 조건은 일정 기간 2%를 넘는 물가 상승률과 완전 고용이다. 그러면서 자체 정책 목표를 향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Fed는 “지난해 12월 상당한 추가 진전을 이룰 때까지 자산을 매입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며 “그 이후 (목표를 향한)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이런 표현은 과거 회의 때와 달라진 부분이라는 평가다. Fed가 경제 회복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경기 판단 문구를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했다는 것이다. JP모간은 “Fed가 경제 진전을 성명서에 명시한 건 예상 밖”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은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며 “고용 회복이 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 목표는 어느 정도 맞췄으나 고용 지표가 부진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5.9%로 전달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다음달 고용 지표가 긴축 좌우”
월가에선 Fed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부터 테이퍼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Fed의 표현 수준을 봤을 때 9월 FOMC에서 일정을 발표한 뒤 12월부터 매달 150억달러씩 채권 매입액을 줄여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다음달 초 공개될 고용 지표에 따라 테이퍼링 시점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용 회복 속도가 여전히 더딘 것으로 확인되면 테이퍼링 일정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테이퍼링 시점이 다가오자 Fed가 금리 인상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 논의와 금리 인상은 별개”라며 “(지금은) 금리 인상을 논의하는 시점이 전혀 아닐 뿐만 아니라 가깝지도 않다”고 말했다. 테이퍼링이 종료되더라도 금리 인상에 나서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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