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岩寺洞..6000년 역사가 켜켜이 쌓인 동네

2021. 7. 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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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의 상류 쪽 천호대교. 이 다리를 건너면 서울 동남권의 부도심인 천호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길을 잡고 약 5분쯤 가면 암사역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한강을 끼고 있는 동네가 바로 암사동이다.

122개 점포가 모여 있는 암사종합시장에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하다, 서울암사동유적 야외 전시장에 재현돼 있는 선사 시대 움집

암사동은 ‘바위 암岩’에 ‘절 사寺’로, 바위에 절이 있는 동네란 뜻인데 언뜻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원래는 신라 시대부터 아홉 개의 절이 있어 ‘구암사九岩寺’라 하였다. 그중 삼국 시대 초창기 백제 불교의 효시 격인 백중사가 위치했던 자리도 있는데, 이 절을 속칭 ‘바위절’이라 불렀고 이를 한자로 ‘암사岩寺’라 한 데서 동명이 유래했다.

또 암사동에는 볕우물, 불현마을, 점마을, 새장터 등 오래 된 마을이 있었다. 점마을은 이곳에 백제 시대부터 궁에 쓰일 그릇을 구웠던 가마가 있었는데 꽤 오랜 시간 광주분원과 함께 도자기 생산지로 그 이름이 짱짱했다. 볕우물은 볕 잘 드는 곳에 백제인들이 만든 우물이 있었다는 구전에서 유래되었다. 또한 한강 수로에서 장사하는 이가 많아 ‘암사동 구천면에서는 돈 자랑하지 말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꽤나 부유했던 동네다. 1963년 서울시에 편입되어 지금은 동쪽으로 고덕1동, 남쪽은 천호1동, 명일동, 서쪽으로 한강 건너 광진구, 북쪽은 구리시를 바라보고 있다.

암사동에 가면 꼭 봐야 할 두 곳이 있다. 먼저 ‘암사종합시장’이다. 암사역 1번 출구에서 3분이면 도착하는 이곳은 서울의 재래시장들이 ‘현대화, 디지털화’를 벤치마킹하는 곳이다. 원래 시장은 1970년대에 자연 생성되었다. 비좁고 비위생적이고 비라도 내리면 진흙 천지라 장보기는커녕 걷기도 불편했다. 이를 2010년 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깨끗하게 정돈해 지금은 암사동 주민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부러 이 시장을 찾을 정도로 명소가 되었다. 재래시장의 현대화 선도 사례로 연구되고 있다. 반투명 지붕으로 덮인 500m가량의 꽤 긴 중앙 통로를 사이로 양쪽에 다양한 가게가 늘어서 있다. 떡볶이, 꽈배기, 강정, 튀김, 김밥, 순대, 찐빵, 반찬가게, 떡집, 두부집, 채소 가게, 건어물, 한약자재, 풀빵, 족발집, 튀김 통닭 등 그야말로 볼거리 먹거리 천지다. 암사종합시장에서는 거의 모든 손님들이 휴대폰 QR코드로 결제, 배달 주문한다. 서울 전통 시장 중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결제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또 하나 암사동의 상징은 ‘선사 시대 유적지’다. 사적 제267호로 지정된 이곳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여러 차례 발굴 조사를 거쳐 50여 기의 신석기 시대 집터와 3개의 문화층을 확인했다. 각 문화층에서는 토기, 백제 시대 옹관 2기, 건물터 등 시대를 짐작할 수 있는 유물들이 대거 출토되었다. 약 6000년 전 한강 인근에 부락을 형성한 신석기인의 거주지로 한반도의 중서부 지방을 대표하는 빗살무늬 토기를 비롯해, 갈돌, 그물추, 불에 탄 도토리 등이 출토되어 신석기인들의 생활 문화를 추측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현재 유적 내에 복원 움집 9기와 체험 움집 1기, 박물관, 선사 체험 마을 등을 조성했다. 1988년부터 일반에 공개했으며, 출토품 72점을 포함해 408개의 소장품이 복원된 움집, 움집터를 그대로 둘러싼 제1박물관, 멀티미디어와 체험 학습의 제2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움집은 둥근꼴 형태로 길이 5.5m, 깊이 1m 구조로 가운데는 화덕 자리가 있다. 모든 움집의 문이 남향인 것도 특징이다. 동물의 습격을 막기 위해 움집 바닥을 낮추고 꼭대기에는 연기 배출용 구멍도 만들었다.

지금 암사동에 있는 이 모든 것들 또한 수천년이 지나면 후손들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의 삶을 유추하는 귀중한 단서가 될 것이다. 세상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글 장진혁(프리랜서) 사진 암사종합시장, 서울암사동유적 공식 홈페이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90호 (21.08.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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