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중 우의탑 헌화로 혈맹 과시..남북 개선 이은 중국 밀착 행보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북·중 우의탑을 참배하면서 혈맹 강화를 강조했다. 남북간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선 북한이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중국과의 밀착을 재차 과시하며 본격적 대외 행보를 위한 ‘토대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일을 즈음한 28일 북·중 우의탑을 찾아 “우리 공화국이 가장 혹독하고 힘든 고비를 겪을 때 피로써 지원한 중국 인민의 고귀한 넋과 공적은 번영하는 사회주의조선과 더불어 불멸할 것”이라며 “혈연적 유대로 맺어진 조·중(북·중)친선은 공동의 위업을 위한 한길에서 대를 이어 굳건히 계승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화환에도 ‘전체 조선 인민의 이름으로 숭고한 경의를 표합니다. 조선 인민을 대표하여 김정은’이라는 글귀를 적었다. 우의탑 참배에 맞춰 군 명예위병대(의장대)의 분열행진으로 예우를 갖췄다. 우의탑은 1959년 중국군의 6·25 참전과 희생을 기념하기 위해 평양 모란봉 구역에 세워졌다.
북한은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정전협정 체결일(27일)을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의미로 ‘전승절’로 칭하며 기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한 이래 우의탑을 직접 참배해 헌화한 것은 2019년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당시 동행한 이후 두 번째다. 중국군 참전기념일(10월 25일)이 아닌 정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참배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통신연락선 재개로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북한이 북·중 밀착 행보로 향후 남북, 북·미 대화에서도 중국과의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북·중우호조약 체결 60주년을 계기로 시 주석과 친서를 교환하고, 허난(河南)성 등의 홍수 피해에 대해 구두 친서로 위로의 뜻을 전하는 등 혈맹관계를 과시해왔다. 북·미 대화 등 본격적 대외 활동에 앞서 남북과 북·중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은 전형적인 북한의 외교 패턴이다.
2017년 말 북한의 무력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다가 2018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지를 밝히면서 국면이 빠르게 전환시켰다. 김 위원장은 그 해 3월 전격 방중해 시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열었다. 남북관계 개선, 북·중 밀착 과시로 이어진 북한 외교 행보는 같은 해 6월 첫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시켰다.
일각에서는 다음달부터 북·중 무역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28일 소식통을 인용해 “북·중 무역이 이르면 8월 재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대외 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한 상태다.
중국은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으로 정상적 경제 무역 교류를 수행해야 한다”면서도 “북한의 방역 대책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무역 재개 관건은 코로나19 상황이 될 전망이다. 중국 난징(南京) 공항발 집단 감염 등 중국에서도 델타 변이가 확산돼 방역에 민감한 북한이 코로나19 추이를 보면서 국경 개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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