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깊어진 교육 불평등..인종·경제적 차이가 '학업성취 격차'로"

박하얀 기자 2021. 7. 29. 16: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7월 14일 쿠바 아바나의 한 거리에서 청소년들이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아바나 | AFP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졌을 뿐 아니라, 인종·사회경제적 차이에서 비롯된 교육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는 조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컴퍼니가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와 학업 평가 비영리단체인 NWEA가 전날 낸 보고서를 종합하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생들의 수학·국어 학업 성취도는 올해 예상치보다 낮으며, 흑인 등 특정 인종과 저소득층 학생들은 더 큰 타격을 입어 교육 불평등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는 교육프로그램개발업체 ‘커리큘럼 어소시에이츠’가 40개 이상의 주에서 160만 명이 넘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이레디((i-READY) 교내 평가를 한 결과를 분석했다. NWEA는 2020-21학년도에 NWEA 시험을 치른 3~8학년 공립학교 학생 약 550만명의 데이터를 이들과 학업 수준이 유사한 학생들의 2019년 성적과 비교 분석했다. 지난 학년도의 시험 결과를 최초로 발표한 텍사스와 인디애나주의 결과가 반영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이들과 학업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의 전년도 성취도보다 수학은 약 10점, 국어는 9점 낮았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올해 예상 성취도와 비교했을 때, 학생들의 학습은 수학은 평균 5개월, 국어는 4개월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주요 구성 인종, 가계 평균 소득, 학교 위치별 학생들의 수학·국어 학습 격차. 백인보다는 흑인과 히스패닉이,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의 학업 성취도가 더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앤컴퍼니 보고서 캡처


주목할 부분은 가장 취약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가장 가파르게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조사 결과를 보도한 뉴욕타임스(NYT)는 “위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학생들은 대유행 이전에도 뒤처져 있었는데, 추가 손실로 더 뒤로 밀려났다”며 “‘기회 격차’, ‘성취 격차’가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인종은 학생들 간 교육 불평등을 심화하는 주 요인으로 파악됐다. 맥킨지 조사 결과, 학생 대다수가 흑인인 학교의 학생들은 수학과 국어 학습 모두 대유행 이전보다 6개월가량 뒤처졌다. 반면, 백인이 주를 이루는 학교의 학생들은 수학과 국어 학습이 각각 4개월, 3개월 뒤처지는 데 그쳤다. NWEA 보고서에도 인종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수치화돼 있다.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대다수인 학교 학생들은 수학 학습이 평년보다 6개월 뒤처진 반면, 백인 학생들은 그 차이가 4개월로 상대적으로 짧았다. 올해 봄 라틴계 3학년 학생들과 흑인 학생들의 수학 백분위 점수는 2019년 봄 같은 인종 동학년 학생들의 평균 점수보다 각각 17점, 15점 낮았다. 아시아인과 백인 학생들의 2019년 대비 점수 감소분은 9점에 그쳤다.

경제적 차이도 교육 불평등을 키웠다. 저소득층이 주를 이루는 학교의 3학년 학생들의 2019년 대비 수학 점수 감소분(17점)은 상위층이 많은 학교 학생들의 감소분(7점)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NWEA는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달 18일 “상위 소득자를 중심으로 ‘러닝 팟’이라 불리는 고급 교육이 성행하고 있다”며 “불평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보도했다. 부유한 가정들은 자녀가 학교 시험과 대학 입시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대유행이 이 같은 추세를 한층 더 심화했다고 WP는 전했다.

NWEA는 “저소득층 및 유색 인종 커뮤니티는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 실업률 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교육 격차가 벌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화상 수업으로 대체된 상황에서 교육 환경이 갖춰지지 않고 사교육에도 접근하기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소되지 않은 교육 불평등은 각 부문의 불평등으로 이어져 전 국가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학습이 ‘미완’으로 남으면서 연간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1280억달러(146조원)에서 1880억달러(2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맥킨지는 밝혔다. 맥킨지는 “교육 성취는 소득 증가뿐 아니라 건강 개선, 투옥률 감소, 정치 참여 증가 등과도 관련이 있다”며 “학생들의 평생 소득이 4만9000달러(5617만원)에서 6만1000달러(6993만원) 사이로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인 학생은 평생 소득이 1.4% 감소하는 반면, 흑인 학생은 2.4%, 히스패닉 학생은 2.1%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던 캘리포니아대 로시에 교육대학의 학장인 페드로 노게라는 “학교에 더 많은 교사와 전문가를 고용하고 모든 학생을 위한 맞춤형 계획을 개발해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새롭게 자리잡은 학습 환경에 주목해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