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는 2층으로"..1등 백화점이 명품 매장 옮긴 이유는

김은영 기자 2021. 7. 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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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百 강남점 1층, 화장품·향수 체험 공간으로 새 단장
더현대서울은 폭포 세우고, 롯데百 동탄점은 먹거리 들이고
"체험 중시하는 MZ세대 겨냥..'명품=1층' 공식 탈피"
27일 재개관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케이스스터디' 매장. /김은영 기자

“프라다 매장은 2층으로 가세요.”

29일 찾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은 흡사 ‘화장품 마니아들의 놀이터’ 같았다. 국내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이 백화점은 지난 9개월간 1층을 새로 단장해 지난 27일 재개관했다. ‘아뜰리에 드 보떼(Atelier de Beaute)’, 아름다움의 공방이라는 뜻을 담은 이 공간은 100여 개의 국내외 화장품과 핸드백, 주얼리, 잡화, 스트리트 패션 등을 체험하도록 꾸며졌다. 기존에 1층에 있던 버버리, 프라다, 구찌, 코치, 토즈, 페라가모, 미우미우, 몽클레르 등 명품 매장은 2·3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백화점 정문에 들어서자 양옆에 샤넬과 디올 화장품 매장이 반겼다. 이전에 명품이 있던 자리다. 샤넬의 경우 기존 뷰티 매장과 함께 향수 부티크 ‘에스빠스 빠르펭’과 프리미엄 화장품을 특화한 매장을 별도로 구성해 체험의 폭을 넓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스위스퍼펙션과 뽀아레를 비롯해 지방시, 구찌 뷰티, 로라메르시에, 아스테드빌라트 등 럭셔리 브랜드도 새로 둥지를 텄다. 조말론, 딥디크, 바이레도, 르라보, 프레데릭말 등 니치 향수 매장도 구성했다.

단, 현재는 거리두기 4단계 영향으로 화장품을 발라보거나 향수를 시향할 수 없다. 다음 달엔 1층에 베란다 형식의 복층 공간을 구성, 화장품 매장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샤넬 매장. 향수와 프리미엄 화장품을 특화한 체험 매장이다. /김은영 기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명품 체험 공간도 조성됐다. 구찌, 펜디, 버버리, 메종마르지엘라 등 10여 개 럭셔리 브랜드 핸드백을 전시회처럼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백 갤러리(Bag Gallery)’와 스트리트 패션 및 디자이너 상품을 구성한 ‘케이스스터디’, 매장과 수입 패션 양말 편집숍 ‘삭스타즈’가 대표적이다. 오는 30일부터는 국내 백화점 최초로 루이비통의 가을·겨울 신상품을 선보이는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5개 층에 걸쳐 운영한다. 이탈리아 디자인 브랜드 포르나세티와 협업한 신상품을 비롯해 향수, 장신구, 신발, 남성복 등의 임시매장이 개장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연매출 2조394억원으로 3년 연속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3위인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의 매출이 각각 14%, 3% 감소한 가운데에도, 이 점포의 매출은 5% 이상 성장했다. 시장에선 럭셔리 브랜드를 대거 구성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백화점은 ‘체험’이라는 키워드를 더하기 위해 백화점 간판인 1층에 변화를 줬다. 미래의 잠재고객인 MZ세대(1981~2010년생)를 잡기 위해서다. 장보기부터 명품까지 모든 것을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럭셔리 브랜드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오프라인 쇼핑의 매력을 극대화했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구찌 뷰티 매장. /김은영 기자

최근 백화점들은 고정 관념을 탈피하는 시도를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의 1층을 슈퍼마켓으로 재단장했다. 통상 지하층에 있던 식품관을 1층으로 옮겼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서울 영등포점 1층에 먹거리 매장과 온라인 브랜드 매장, 전기 자동차 테슬라 전시장 등을 입점시키고 ‘힙화점(멋진 백화점)’이란 명칭을 붙였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1층 면적의 절반을 인공폭포가 있는 ‘워터폴 가든’과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다음 달 개장하는 롯데백화점 동탄점도 1층에 디지털 체험공간과 식·음료(F&B) 매장, 해외 패션 브랜드 매장을 구성할 방침이다. 화장품 매장은 2층으로 옮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동탄 신도시에 주로 거주하는 30~40대 고객을 겨냥해 쇼핑을 넘어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내는 공간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경험과 체험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고객이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안전한 쇼핑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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