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스트' 유니폼 NO, '숏컷' YES..올림픽 女 국가대표의 선택

오정은 기자 2021. 7. 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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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편견 멈춰달라" 올림픽에서 터진 女선수 복장·헤어스타일 논란
(왼쪽)도쿄 올림픽 2관왕 안산 선수/사진=뉴스1, (오른쪽)유니타드를 입은 독일 기계체조 선수들/사진=파울라 쉬퍼 인스타그램

섹시스트(Sexist·성차별주의적) 유니폼을 거부하고, 머리는 남자처럼 짧게 잘랐다. 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여성 국가대표 선수들이 여성을 전통적인 여성성의 '박스'에 가둬두려는 관행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원피스 수영복과 비슷한 모양의 전통적 유니폼을 거부하고 전신 타이즈 형태의 유니폼을 입어 화제로 부상했다. 유니폼과 더불어 여자 선수의 헤어스타일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2020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 2관왕 안산(20·광주여대) 선수의 아주 짧은 '숏컷(short cut)' 스타일을 두고 페미니스트 논란이 불붙은 것이다.

패션업계와 유통업계, 문화계에 이르기까지 성차별을 뛰어넘는 '젠더리스(genderless·성별 구분이 없는)'가 대세로 부상하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화보, 광고, 이미지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여성 선수 비율이 가장 높다는 2020 도쿄 올림픽까지 그 여파가 이어지면서 "여자 선수에 대한 성적 대상화 및 공격을 멈춰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키니 대신 반바지 입고 싶다" 올림픽 女 '젠더리스 스타일' 논란
수영복 형태의 전통적 체조 유니폼은 '레오타드'로 불린다. 레오타드는 여성 체조 선수들의 몸을 과도하게 노출해 성적 대상화시키거나 실제로 운동을 할 때 거슬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몸통부터 발목까지 모두 가린 '유니타드'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전신 유니폼에 대해 독일 대표팀의 엘리자베스 세이츠는 "이는 무엇이 편안한가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여성이 무엇을 입을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바지를 입었다 벌금을 부과받은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대표팀/사진=노르웨이핸드볼협회 공식 인스타그램

체조 뿐 아니라 여성 선수의 유니폼은 테니스, 골프, 비치핸드볼 등 다양한 종목에서 '여성스럽고 노출이 많은' 옷으로 제한돼 있다. 노르웨어 여자 비치핸드볼팀은 지난주 불가리아에서 열린 유럽 비치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 규정된 비키니 대신 반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유럽 핸드볼 연맹에서 1500유로(1인당 약 2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 사건은 전세계 언론에서 큰 이슈로 부상했으며 노르웨이 핸드볼 연맹은 "선수들이 편한 옷을 입고 경기할 수 있도록 유니폼 규정을 바꾸기 위해 싸우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선수들은 그간 어쩔 수 없이 정해진 유니폼을 입으며 성적 대상화의 대상이 됐다. 짧고 불편한 하의는 올림픽 방송에서 자주 클로즈업 됐다.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입었던 유니폼에 여성 선수들이 반기를 들면서 오랜 관행은 이제 깨지기 시작했다.

각 사진=류호정 정의당 의원 페이스북, 양궁선수 안산 인스타그램
심지어 금메달 2관왕에 빛나는 안산 선수의 숏컷을 두고는 페미니스트 논란까지 불붙였다. 류호정 의원에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경란, 배우 구혜선까지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나서 안산의 숏컷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배우 구혜선은 지난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숏컷 사진을 게재하며 "숏컷은 자유"라고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안산에 대한 도 넘는 공격이 계속되면서 이날 현재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보호해주세요'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여자다움'이란 없다" 패션 대세는 편안한 '젠더리스'
2020년에서야 '딱 붙는 섹시스트 레오타드'를 기계체조 선수들이 거부한 것은 패션업계 트렌드 흐름상 오히려 늦은 편이다. 패션업계의 중심은 이미 4~5년 전부터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리스'가 대세였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초월한 패션 스타일이 등장하면서 여성성과 남성성의 성역할을 고정한 유니폼에도 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항공사 승무원의 몸에 딱 붙는 유니폼에서 '치마'로 상징되는 여학생 교복 그리고 몸매를 드러내는 래쉬가드 수영복과 골프웨어에 이르기까지 당연했던 디자인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에어로케이항공 승무원 유니폼 이미지 /사진=에어로케이 항공

신생 항공사 에어로케이항공은 지난해 7월 파격적인 '젠더리스' 유니폼을 공개했다. 여성 승무원의 유니폼으로 몸에 딱 붙는 H라인 스커트 대신 통기성이 좋은 바지를 택했으며 편안한 티셔츠를 상의로 제시했다. 여기에 구두 대신 운동화를 코디한 것도 파격이었다. 승무원의 활동성을 저해하는 디자인 요소는 과감하게 버리고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한, 남녀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했다.

몸에 딱 붙어 부담스럽던 래쉬가드 수영복도 대세는 '루즈핏'(헐렁한)으로 변하고 있다. 여성용 래쉬가드에서 편안한 티셔츠와 맨투맨 티셔츠 형태의 일상 캐주얼 같은 래쉬가드가 다수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골프웨어도 예외는 아니어서 MZ세대(18세~24세)가 골프에 대거 입문하면서 여성의 몸매를 강조하지 않는 골프웨어 디자인이 새롭게 나오고 있다.

스커트로 대표되는 여학생 교복도 최근에는 활동성을 강화한 바지로 출시되고 있다. 스마트학생복은 최근 젠더리스 트렌드를 반영한 여학생용 교복 바지를 선보였다. 심지어 레깅스를 판매하는 젝시믹스나 안다르같은 애슬레저 브랜드조차 몸매가 드러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여성들을 위해 '조거 레깅스'라는 이름의 루즈핏 레깅스를 출시하는 추세다.

2022년 스마트학생복 여학생 교복 바지 이미지/사진=스마트학생복

또 '여성미'의 상징이던 몸을 꽉 조이면서 주렁주렁 레이스가 달린 코르셋같은 속옷은 매출이 감소하고 남성용 트렁크같은 사각팬티와 와이어(철사) 없는 브라와 같은 속옷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에서는 올 초부터 6월10일까지 와이어 없는 브라(브라렛과 브라캐미솔) 매출이 전년비 179% 증가했고 여성용 사각팬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 크게 늘었다. 특히 사각팬티 판매량은 삼각팬티의 판매량을 추월하기까지 했다.

자주(JAJU) 담당자는 "여성용 사각팬티가 삼각팬티의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최근의 속옷 트렌드가 건강 중심으로 바뀐 걸 보여준다"며 "여성들 사이에서 미의 기준이 달라지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지속되면서 편안한 옷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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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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