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남긴 또다른 재앙..홍수 잔해물로 몸살 앓는 독일
[경향신문]
여행 가방, 나무 더미, 인테리어 장식품 등 쓰레기들이 길거리에 쌓여 있다. 흙이 묻은 축축한 잔해물 사이에는 집에서 휩쓸려 나온 냉장고 등 가전 제품도 섞여 있다. 2주 전 내린 폭우로 피해를 입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에르프트슈타트 지역의 모습이다.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는 28일(현지시간) 홍수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전례 없는 수천t 규모의 잔해물 제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벨레는 “쓰레기 제거도 주민들이 겪는 재앙”이라며 쓰레기로 뒤덮인 홍수 피해 현장을 묘사했다. 라인란트팔츠주 아르바일러의 한 주택 앞에는 작은 집기류와 더불어 가전 제품, 가구, 자동차 등 대형 잔해물들도 진흙에 뒤덮여 있었다. 외곽의 퇴비 생산 사업장을 임시 쓰레기 처리장으로 내준 사업가는 “쓰레기로부터 나오는 악취가 쓰레기 처리장을 넘어 다른 곳에서도 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당국은 공무원과 폐기물 처리 회사,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잔해물 수거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치워야 할 쓰레기들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독일 지역 매체 부퍼탈러룬드샤우는 두 곳의 폐기물 회사가 지난 주말 동안에만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부퍼탈에서 1500t 이상의 폐기물을 처리했지만, 아직도 잔해물 처리 작업은 계속되고 전했다. 폐기물 업체 RSAG의 직원도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쾰른 남부) 라인지크 지역에서 일주일 내내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도 생겨나고 있다. 도이체벨레는 잔해물을 처리할 공간이 부족하며, 물에 젖은 쓰레기를 태우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쌓아둔 쓰레기에 쥐가 몰리며 전염병이 퍼질 위험성이 있다고 전했다. 독일 환경단체 DUH는 잔해물로부터 나오는 오염물질이 지하수에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잔해물을 흙 위가 아닌 단단한 지면 위에 쌓아둬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부퍼탈 등 독일 지방 당국은 주민들에게 폐기물 처리 회사와 협의된 장소와 시간대에 잔해물을 모으라고 당부했다.
잔해 처리 자원봉사를 지원해 잔해물 속 대형 금속 부품이나 가전 제품 등을 무단 취득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마르키우스 지역 경찰은 “폐기물 더미에서 세탁기 등 가전 제품을 훔친 혐의로 지금까지 10건의 형사 기소를 했다”고 도이체벨레에 말했다.
지난 14일 서유럽에 내린 폭우로 독일 서부 지역과 벨기에, 네덜란드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독일에서 최소 180명이 사망하고, 150여명이 실종됐으며, 벨기에에서도 3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매체 쥐트도이체차이퉁과 과학자들은 이번 폭우가 독일 등 서유럽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어 발생한 기후변화로 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관련기사] 독일 ‘기록적 폭우’에 100명 이상 숨지고 1300명 연락두절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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