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어닝서프라이즈가 '애플카 연합' 앞당긴다 [최원석의 디코드]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2021. 7. 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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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의 디코드]

※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전기차 시대가 얼마나 빨리 올지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죠. 자동차의 동력원이 내연기관에서 배터리·모터로 바뀌는 것, CO2 배출을 줄이는 것의 관점으로만 보면, 전기차로의 이행이 마냥 좋은게 아니라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 [최원석의 디코드] 내연기관은 죽지 않는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594279

하지만 전기차를 자본의 이동, 자동차의 스마트폰화에 따른 거대 IT기업 참여의 관점으로 보면,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한은 신차 교체 주기로 3번, 많아야 4번 정도(15~20년)가 아닐까 합니다.

☞EU의 ’2035년 하이브리드카 금지'에 담긴 일본의 위기, 한국의 기회 [최원석의 디코드]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26970

7월26일 테슬라의 올해 2분기(4~6월) 실적 발표는 자본 이동, 거대 IT기업 참여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볼 때, 테슬라에 좋은 것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이기도 했습니다.

테슬라가 전기차만 팔아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과시했다는 점에선 고무적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다른 자동차회사는 물론, 부품기업, 거대 IT기업의 참여를 앞당길 것이라는 점에선 마냥 좋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발표는 테슬라가 업계를 향해 ‘전기차 시대 출범의 신호탄’을 쏜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특히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이른바 ‘애플카’ 출시를 앞당길게 분명합니다. 테슬라가 판매량을 크게 늘리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까지 갖춰나가면서, 애플로서도 더 이상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듯, 점차 공식발표가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두번이나 애플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저격했는데요. 질문이 나온 것도 아닌데 머스크가 먼저 나서 저격한 것은, 역으로 말해 머스크가 애플의 참여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쪽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테슬라는 7월 26일의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익 모두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의 2배인 119억5800만달러, 순이익은 11배인 11억4200만달러였다. /클린테크니카

◇테슬라, 올해 2분기 매출·이익 모두 역대 최대... 업계의 전기차 이동 속도 빨라질듯

그럼 일단 26일 테슬라의 실적 발표 얘기부터 해보죠.

이번 발표는 명백한 어닝 서프라이즈였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상황에도 공장을 풀가동해 매출·이익 모두 역대 최고를 기록했죠.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의 2배인 119억5800만달러, 순이익은 11배인 11억4200만달러였습니다. 특히 다른 자동차회사에 탄소배출권(크레디트)을 팔아 버는 수입을 제외해도 흑자였다는 점이 특기할만합니다. 3억5400만달러의 이번 분기 크레딧 판매가 없었더라도 최종손익은 큰 폭의 흑자였으니까요. ‘테슬라가 이익 낸다는건 사기’라는 외부 공격을 보란듯 불식시킨 셈입니다.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 공장의 양산체제가 갖춰진 작년 1분기 이후에도 크레디트 판매가 실적을 지지해 왔습니다. 올 1분기(1~3월)까진 크레디트 판매를 빼면 적자였거든요. 자동차 각사에 일정 비율의 전기차 판매나 크레디트 구입을 요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의 환경 규제 정책에 크게 도움 받은게 사실이죠.

반면 올해 2분기는 반도체 부족에 따른 공급망 유지비용 증가나 가상화폐 관련 손실(2300만달러)을 계상하고도, 전기차 판매가 늘어난 덕분에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보다 5·6%포인트 오른 11.0%가 됐습니다. 영업이익률 11%는 기존 자동차회사와 견줘도 1위에 해당할만큼 대단한 것이고요. 앞서 말씀 드린 자본의 이동, 재무적 관점에서 볼 때,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분기점을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테슬라의 2분기 영업 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2.2배인 21억2400만달러 흑자였는데요. 이 정도면 전년 동기 대비 2.8배인 15억500만달러의 설비투자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도위기였지만, 이제 테슬라가 자동차업계의 ‘재무 우등생’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물론 테슬라의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는건 아닙니다. 26일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는 “현재 판매중인 차종의 증산을 위해, 2021년 말까지 목표로 했던 픽업트럭형 전기차 ‘사이버트럭’ 등의 발매가 늦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머스크는 “미국 텍사스주와 독일 베를린에 각각 건설 중인 공장이 올해 말 가동을 예정하고는 있지만, 반도체 공급에 대해선 ‘예측이 어렵다’며 다소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했습니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테슬라의 현행 모델 생산엔 큰 차질을 주지 않았지만, 공장 신설과 신규 차종 투입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죠.

☞반도체 없어 난리인데, 테슬라 생산 늘린 3대 비결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06773

어쨌든 테슬라는 올해와 내년의 설비투자액을 연간 60억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2020년 대비 2배입니다. 이 기간 동안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를 본격화해 라이벌을 따돌릴 생각인 것 같습니다. 폴크스바겐 등이 대규모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내놓긴 했지만, 아직 실현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데요. 테슬라가 더 빠른 자체 양산으로 기선제압을 할 수 있다면, 업계 분위기가 또한번 테슬라 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테슬라는 작년에 50만대를 판데 이어 올해는 9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죠. 내년엔 연간 100만대 돌파가 확실시됩니다. 전세계 자동차회사 가운데 설비투자를 전년의 2배로 올린다든지, 전년 대비 2배에 가까운 판매신장률은 보이는 회사는 테슬라 밖에 없습니다.

테슬라가 연산 100만대 체제를 갖추게 된다면 수익구조는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변이 없는 한 연간 200만대, 300만대 체제로 갈 수도 있고요. 이는 전기차 업계에서 최대일 뿐 아니라, 내연기관차를 포함해도 프리미엄급 자동차(테슬라 차량을 프리미엄으로 본다면) 회사 가운데 세계최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만 본다면 모든게 테슬라에 유리해 보이겠죠.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는 전세계 완성차·부품업계에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시키는 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존 업계가 전기차로 전면이행을 못하는 이유는 돈이 안된다는 것 때문이었죠. 돈을 벌 수 있다는게 확실해진다면, 앞으로 자본과 인력과 기술이 더 많이 더 빨리 전기차로 쏠릴 겁니다. 어떤 분들은 기술적 한계, 배터리에 쓰이는 희귀광물의 부족 등을 근거로 전기차 전면 이행이 어렵다고 보는 분도 있는데요. 일리는 있지만, 자본과 인력이 몰리게 되면 문제는 어떻게든 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기차의 원가는 떨어질 것이고,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희귀광물을 덜 쓰거나 쓰지 않고도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법도 더 많이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빠르면 2023년, 늦어도 2025년에는 전기차의 제조원가가 내연기관차를 밑돌면서, 봇물 터지듯 전기차가 확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마그나는 7월23일 스웨덴의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기업 비오니어를 4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비오니어

◇머스크, 호실적 발표하며 애플 저격... 애플에 대한 불안감 드러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테슬라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애플의 참여를 앞당기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머스크는 26일 실적 발표에서 돌연 애플을 두차례나 저격했지요. 질문에서 애플이 언급되지 않았는데도 굳이 애플을 끌어들였습니다.

우선 테슬라가 코발트를 많이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애플은 배터리와 스마트폰, 노트북에 거의 100% 코발트를 사용한다”며 “가중평균 기준으로 애플이 100%를 쓴다면 우리는 2%만 쓴다”고 답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부품인 코발트가 문제가 되는 것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굴 과정에 아동을 동원하는 등 인권 유린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인데요. 애플은 2019년 테슬라·구글 등과 함께 인권 소송의 피고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였을까요? 인권 유린도 중요한 문제임에는 분명하지만, 머스크의 본심은 ‘애플카’ 등장에 대한 불안 혹은 우려일 것입니다. 애플이 애플카 발표를 앞두고 중국 등의 전기차 메이커와 배터리 공급을 협의중인 것 등을 염두에 둔 것이겠지요.

최근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카’의 배터리를 중국의 CATL과 BYD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미국 내에 애플카용 배터리 공장 건설도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르면, 애플은 전기차 배터리 세계시장 1위인 CATL,4위인 BYD로부터 가격경쟁력이 높은 인산철리튬(LFP) 배터리를 채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FP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반면, 원재료가 싸기 때문에 저비용 조달이 가능하고, 발화사고가 없는 등 안전성도 우수합니다.

이것은 최근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테슬라가 취하고 있는 전략과 비슷한데요. 애플이 최종적으로 중국업체에서 배터리를 조달받을진 아직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애플이 테슬라의 전략을 적극 참고한 것이 분명하다는 겁니다. 애플의 팀 쿡은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공급망 관리자 중 한 명입니다. 애플에 들어오기 전부터 IT분야의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승진을 거듭했고, 애플에 들어와서도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스티브 잡스 눈에 들었지요.

따라서 애플은 테슬라의 부품 공급망 관리, 특히 배터리 공급망 관리 능력을 깊이 분석했을 것이고, 애플의 장기, 즉 경쟁자들이 제각각 하고 있는 것들을 통합해 최고의 완성도로 제품·서비스를 내놓는 능력을 십분 발휘해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애플카 공급망을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머스크가 보기에 매우 불편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신들이 죽을 힘을 다해 키워놓은 공급망 구조에 애플이 무임승차하려 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혁신에선 머스크가 한 수 위이지만, 공급망 구축·관리에선 쿡이 한 수 위죠. 그래서 머스크가 애플에 더욱 날을 세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배터리 뿐이 아닙니다. 팀 쿡은 최근 의미심장한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과거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애플이 진출하기가 어려웠지만, 최근 산업 구조 자체가 크게 변화하면서 애플에 기회가 오고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습니다.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애플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쪽으로 급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뛰어난 전기차를 만드는건 뛰어난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진입장벽 자체는 전기차 쪽이 훨씬 낮지요. 기존 자동차회사가 가진 강력한 진입장벽은 엔진과 플랫폼(차의 기본뼈대)의 통합구조였습니다. 여기에서 원가·기술 경쟁력이 나왔고, 이는 신규업체가 따라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지요.

하지만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모터는 기존 자동차업체가 기득권을 갖지 못하는 분야이고, 플랫폼 역시 전기차 시대에는 그 의미가 퇴색해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자체가 공용화 덩어리이기 때문에, 굳이 부품 공용화를 통해 극한의 원가절감을 꾀하는 플랫폼 개념이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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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의 디코드] 테슬라에 폴크스바겐보다 애플·화웨이가 더 위협적인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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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화되는 애플카 수탁생산 후보군... 홍하이·일본전산·중국배터리 연합, 마그나·비오니어·LG 연합 등 가능성

이러한 흐름은, 아이폰 등을 대신 생산해주는 폭스콘의 모기업인 홍하이, 일본최고의 모터기술력을 가진 일본전산(Nidec)이 곧 합작사를 차려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려 한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전산은 7월21일 홍하이와 전기차용 모터의 개발과 판매를 다루는 합작회사 설립을 검토중이라면서 2022년중의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쪽 다 기존 자동차업계의 회사가 아니죠. 그런데도 일본전산은 2025년에 280만대, 2030년에 연간 1000만대의 전기차 구동시스템을 판매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일본전산은 그 이유로 2025년을 분수령으로 전기차 가격이 단숨에 떨어진다'는 것을 들었죠. 일본전산은 최근 뛰어난 전기차 분야 엔지니어들을 대거 채용하는 등 일본에서 전기차 관련으로 가장 활력이 넘치는 곳인데요. 이 회사가 일본 자동차 업계의 피라미드 구조에 속해있지 않다는 것이 역설적입니다.

홍하이(폭스콘)와 애플의 관계는 밖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깊습니다. 홍하이가 고객사의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만 얹으면 즉시 사용 가능한 수준의 전기차 통합전자제어 플랫폼을 개발한 것, 모터 기술력이 높은 일본전산과 합작사를 준비중인 것, 애플이 중국의 배터리 업체와 접촉 중인 것, 이 모든 것이 애플카의 등장을 예고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하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마그나인터내셔널이 7월23일 스웨덴의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기업 비오니어(Veoneer)를 4조4000억원에 인수한 것입니다. 명백히 애플카 수주에 도전하겠다는 것으로 비칩니다. 마그나인터내셔널은 LG와 전동 파워트레인 전문 합작사를 이미 설립했죠. 여기에 자율주행 관련 기업까지 인수한 겁니다. 중요한 것은 마그나·비오니어·LG가 자율주행의 OS와 AI개발 자체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그건 애플이나 구글 같은 회사들이 할 것이기 때문이죠. 다만 그들이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움직여줄 자동차가 필요한데, 마그나·LG 입장에서 마그나의 비오니어 인수는 이런 준비 작업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물론 구글도 어떤 형태로든 비슷한 준비를 하고 있겠죠. 구글의 경우, 큰 그림에서 삼성과의 협업 가능성도 생각해 볼만 합니다.

☞구글·삼성의 스마트워치 OS 통합은 ‘구글카 연합’ 신호탄?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17930

애플카의 향방이 어떻게 될진 알 수 없지만, 마그나·비오니어·LG연합에 가능성이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 연합이 자동차 제조에 깊숙이 관여하는 정통 자동차 부품사인 동시에 기존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완벽한 톱클래스가 아니라는 ‘미묘한 위치’ 때문입니다. 홍하이·일본전산도 애플카 수주의 유력 후보이겠지만, 이들은 자동차 제조 경험이 전무하다는 핸디캡이 있죠. 독일의 보쉬·콘티넨털, 일본의 덴소 같은 톱큽래스 메가서플라이어들은 자국 자동차기업들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서, 애플이 모든 것을 뜻대로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마그나·비오니어·LG 연합이 (그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애플카의 최적 후보가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마그나는 최근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으로 전기차 전용공장(연간 생산능력 18만 대)을 중국 장쑤성에서 가동했습니다. 마그나가 만들어 베이징차에 납품하는 구조입니다. 마그나는 자회사인 마그나슈타이어를 통해 오스트리아 그라츠 공장에서 2019년에만 4개 메이커 6개 차종, 총 15만 8000대를 생산했습니다. 마그나슈타이어는 1970년대부터 벤츠·폴크스바겐·아우디·크라이슬러 차량을 수탁 생산해왔고, 2018년부터는 전기차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마그나슈타이어는 엔지니어링 서비스도 하고 있는데요. 전기차를 포함해 다양한 차량의 설계·개발에서 제조까지 일괄하청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소니가 작년 초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카 ‘VISION-S’의 개발·제조에도 마그나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마그나 CEO는 공식 석상에서 “우리는 애플카 수주를 받을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이들의 자세가 그렇습니다. 저는 2007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마그나슈타이어 공장을 가본 적이 있는데요. 인력을 교대해 가며 주7일 24시간 체제로 정신 없이 돌아가는 공장라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 공장 책임자가 제게 한 말이 아직도 기억 납니다. “현대차요? 말씀만 하세요. 원하는 대로 만들어드릴게요.”

특히 조립 라인의 유연성이 놀라웠는데요. 국내의 경우 라인에 투입되는 차종을 바꾸려면 노조 동의를 구해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마그나슈타이어에선 하루이틀만에 완전 교체가 가능하더군요. 그야말로 “고객님 말씀만 하세요'였습니다. 애플 입장에선 이런 회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애플이 원하는 차량을 군소리 없이, 딴 생각 하지 않고, 확실하게 만들어줄 회사 말입니다.

7월26일 테슬라의 실적 발표에선 머스크의 애플 저격이 한번 더 있었는데요. 애플 앱스토어를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walled garden)’이라고 표현하면서, 애플의 폐쇄성을 비판했습니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에 설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를 통제하는게 문제라는 취지였죠.

이 역시 머스크가 애플의 참여를 우려하고 있다는 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폐쇄적 소프트웨어·제품 생태계는 모바일 시장에서 지금까지 대단한 성공을 거뒀지요. 팀 쿡은 테슬라의 이번 실적 발표를 보고, 애플카 투입을 최종적으로 확정했을지도 모릅니다. 테슬라가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더 이상 행동을 늦췄다가는 당초의 계획, 즉 모바일 생태계에서 거둔 성공을 모빌리티로 확장해 더 거대하고 확실한 사업모델을 구축한다는게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테슬라는 애플이 완성해 놓은 모바일 생태계를 갖고 있지 않다는게 시간이 흐를수로 핸디캡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애플은 전세계 10억명 이상의 애플 유저를 대상으로 한 하드·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기반으로, 애플카와 모빌리티 서비스 생태계로 자연스럽게 확장해 나갈 수 있지요. 이것은 테슬라가 따라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머스크가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를 비난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강력하고, 따라서 테슬라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니까요.

☞ [최원석의 디코드] 테슬라의 미래가 밝지 않은 이유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09623

☞ ‘에어태그’가 애플카로 가는 열쇠인 5가지 이유 [최원석의 디코드]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11096

테슬라의 이번 실적 발표는 전기차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세간의 비판을 불식시켰다는 점에서는 테슬라에 긍정적입니다. 다만 자동차업계는 물론 IT업계까지 경쟁자들의 반격 의지를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전기차 주도권 다툼이 한층 격화될게 분명하고요. 최근 동향이 알려주듯, 애플카 혹은 애플카 연합의 공개 시기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카에 참여하는 쪽이 홍하이·일본전산·CATL 연합이 될지, 마그나·비오니아·LG 연합이 될지, 다른 부품업체나 완성차 업체가 될지도 조만간 결과가 나오겠지요.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나타난 테슬라의 약진이 자동차 업계에 더욱 거센 변화와 경쟁을 몰고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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