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4학년 표광일, 드래프트 참가 포기한 이유는?

이재범 2021. 7. 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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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열심히 해도 프로 입성도 힘들고, 프로에 가도 어중간하게 2~3년을 보낸 뒤 방황하는 것보다 빨리 다른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37회 MBC배 전국대학농구 상주대회가 연세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MBC배는 프로 구단들이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선발할 4학년들의 기량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대회다. 물론 이후 대회도 살펴보지만, MBC배 이후 대략적인 지명 순위 윤곽을 잡는다.

각 대학에서는 4학년들의 출전 시간을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한 대학은 4학년들을 좀 더 오래 기용하다가 가진 100% 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연세대 은희석 감독도 예선 기간 중 “4학년이니까 취업 생각을 안 할 수 없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더 기회를 받는 다른 4학년들과 달리 표광일은 MBC배에서 부상이 아님에도 단 한 경기도 나서지 않았다. 올해 열린 대학농구리그 1,3차 대회에서 5경기 평균 10분 가량 출전했던 표광일은 지승태가 복귀하자 아예 벤치만 지켰다.

표광일은 9월 27일 개최가 유력한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해 코트에서 볼 수 없었다.

MBC배 대회 기간 중 만난 표광일은 “운동선수가 평생 직업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생각했다”며 “대학원에 가서 교원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지난 동계 훈련할 때 최종 결심했다”고 드래프트 불참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결정적으로 운동을 열심히 해도 프로 입성도 힘들고, 프로에 가도 어중간하게 2~3년을 보낸 뒤 방황하는 것보다 빨리 다른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주위에서는 반대 의견도 내놓았을 듯 하다.

표광일은 “감독님께서는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부모님께 고등학교 때부터 자주 말씀을 드려서 이런 결정을 바로 이해를 해주셨다. 딱히 말씀은 없으셨다”며 “동기들에게는 평소 제 생각을 많이 말해서 이해를 하고, 선배들이 왜 그런 결정을 했냐고 물어보는데 그 때마다 이유를 설명했다”고 주위 반응을 전했다.

예전에는 1군과 2군으로 나뉘어 드래프트가 열렸다. 드래프트 참가 선수는 2군 드래프트 참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단국대 장봉군 부장은 감독을 맡고 있을 때 단국대 선수들에게는 가능하면 2군 드래프트 참가를 권하지 않았다. 2군에서 선수 생활을 몇 년 더 연장하는 것보다 빨리 다른 길을 찾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단국대 석승호 감독도 이런 지론을 이어받았다. 대신 표광일에게 주장의 역할을 맡겼다.

표광일은 “감독님께서 제가 중학교 때 유급을 해서 나이도 많고,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주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주장으로 운동을 열심히 해서 애들이 따라주는 걸 원하신다”며 “경기를 많이 뛰는 선수들이 주장을 하는 걸로 아는데 제가 주장을 해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주셔서 책임감이 더 생긴다”고 했다.

MBC배에서는 코트를 밟지 못 했지만, 대학농구리그에서는 조재우의 식스맨 역할을 맡았다.

표광일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주장이고, 운동할 때 솔선수범하려고 한다. 제가 잘 해서 이기는 것보다 애들이 잘 해서 이기도록 도와준다”며 “운동할 때, 경기할 때 후배들이 잘 따라준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다”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들려줬다.

단국대는 10월 8일부터 개막하는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 출전한다. 표광일은 이 대회를 좀 더 신경을 쓴다.

표광일은 “체전 메달이 중요하다. 임용고시 볼 때 가산점이 있다. 그래서 체전에서 메달을 따는 게 하나의 목표”라며 “4학년이라서 경기를 안 뛰어도 애들이 잘 해서 지금까지 못 낸 성적도 냈으면 한다. 종별에서도 후배들이 능력이 있어서 우승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저는 역할이 많이 없다. 애들이 잘 해주면 제가 잠깐 뛰면서 토킹을 많이 해주고,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표광일은 “전공 관련 책은 아니더라도 책을 많이 읽고, 대학원 진학을 위해 학점도 신경 쓰고 있다. 지금은 운동 선수니까 운동에 집중한다”며 “아직은 임용고시에 합격한 것도, 성공한 것도 아니다. 다른 길도 많이 있다. 그래도 임용고시에 합격해 운동을 그만둔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표광일이 훗날 선수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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