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 논의하러 와서 설전 벌인 미·중

정다슬 2021. 7. 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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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신선 13개월만 복원됐지만..
당장 北비핵화 진전은 어려워 '공동인식'
"中, 대북억지력 함께 해야" vs "美 적대적 대중정책
28일 화상으로 진행된 ‘2021 IFANS 국제문제회의’. (왼쪽부터)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존 헴리 미국 국제전략문제소장,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가네하라 노부카쓰 전 일본 국가안정보장국 차장, 자칭권 베이징대 교수,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 (사진= 화상회의 캡처)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북한 문제는 미·중 대립과 경쟁 속에서도 협력 의제가 될 수 있을까? 28일 열린 외교안보연구소(IFANS) 국제문제회의는 북한과 비핵화 문제가 북·미,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과 한계를 보여줬다.

‘한반도 비핵화와 아시아의 평화’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날 회의에는 존 헴리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장,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 가네하라 노부카쓰 전 일본 국가안정보장국 차장, 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교수,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 등 한·미·일·중 한반도 전문가가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최근 북한이 13개월만 남북 통신선을 복원하는 등 대화의 문을 여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즉각적인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中, 국제사회 대북 억지력 유지 함께 해야”

미국 측 참가자인 헴리 소장과 리퍼트 전 대사는 그 이유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어렵다는 것을 들며 이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의 문을 열되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기에는 중국의 역할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 교수 역시 “북한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공통된 인식을 나타냈다. 다만 북한 비핵화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의 의지 부족 문제와 적대적 대중 정책을 꼽았다.

자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아주 적대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적인 노력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중국을 이념·경제·군사적인 위협으로 생각하는 기조는 이어지고 있으며 남중국해·동중국해, 신장 위구르 문제, 대만 문제 등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 교수는 “이런 상황 때문에 중국 내에서는 미국과 협력해 북한 비핵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약해지고 있다”며 “많은 중국인들은 미국을 적대국가로 생각하고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협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헴리 교수는 즉각 반박했다. 사실 북핵 문제는 미국에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 중국에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미사일 방어체계에 계속해서 투자해왔기 때문에 북한이 미사일을 쏘더라도 이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미국에게 북한 핵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짜’ 북한 핵이 문제가 되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 일본과 같은 단·중거리 미사일 사정권에 있는 인접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한·일의 핵우산 역할을 약속했기 때문에 억지력을 통해 북한 핵 위협을 감소시키려는 것이며, 중국이 북한 핵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위협이 커진다면 미국과 한국, 일본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 핵 문제에 자유롭지 않다”며 “북한 비핵화는 미국, 한국, 중국, 일본 등 각각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적대적 대중정책, 상황 어렵게 만들어”

자 교수는 “맞는 말”이라면서도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라고 받아쳤다. 그는 미국의 적대적 대중 정책은 중국인들에게 북핵은 미국의 문제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에 협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북한은 우리에게 우호국이기 때문”이라며 “이스라엘이 핵을 가진다고 미국이 두렵다고 생각하지 않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적대시하고 국제사회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오히려 미·중 양국이 공동의 문제 해결 노력을 하는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미·중 관계가 좋았던 과거 20년 동안에도 북한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며 “미·중 관계, 중국의 입장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북핵 문제 해결의 핵심적인 동력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의 정치적 관계뿐만 아니라 핵확산방지조약(NTT) 가입 등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며 “결국 중국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우선순위를 결정해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미·소 냉전시대에서도 비확산 등 공동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어졌다며 북한 문제 역시 미·중 관계 악화에도 양국이 협력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자적인 노력을 통해 국제사회에 적절한 환경이 마련될 때 북한은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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