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미대사에 '늑대 전사' 친강 임명..對美 공세 수위 높일까

박수현 기자 2021. 7. 29. 10: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中, 어려움·도전뿐 아니라 기회·잠재력도 직면"
30년 정통 외교관, 전임 대사에 비해 강성 평가
시진핑 신임 얻어 최연소 부부장 승진

중국이 미국 주재 중국 대사에 친강(秦剛·55)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임명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69) 전임 대사가 귀국한 지 한 달 만이다.

친 신임 대사는 30년 이상 외교부에서 일한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대변인을 거쳐 최근까지 유럽 문제를 관할했다. 미국 문제에 대한 직접 경험은 없지만, 온건파로 분류되는 추이 전 대사와 달리 강경파 이미지가 강한 점이 특징이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대한 충성도가 발탁 배경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친 대사는 평소 “외국이 우리를 공격할 경우, 중국 외교관들은 당연히 일어나 반격해야 한다”는 등 발언을 하며 중국 힘의 외교를 상징하는 ‘늑대 전사’의 선두 주자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친강 신임 미국 주재 중국 대사가 2021년 7월 2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 도착해 중국 매체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미 중국 대사관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새벽 트위터에 “친강 대사가 무사히 태평양을 건넜다”며 “좋은 일만 있길 바란다”고 썼다. 친 대사는 현지 시각으로 28일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그보다 앞서 며칠 간은 디즈니, 존슨앤드존슨(J&J)등 미국 기업 대표들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친 대사는 이날 중국 매체들과 기자회견에서 1971년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의 방중을 언급하며 “미·중 관계는 많은 어려움과 도전 뿐만 아니라 큰 기회와 잠재력에 직면하며 다시 한 번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됐다. 이 중요한 관계가 어디로 향할 것인지는 중국과 미국 국민의 안녕과 세계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양국 국민과 국제 사회는 양국 간의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발전하는 관계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친 대사는 1988년 외교부에 입부해 3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정통 외교관이다. 주영 대사관 공사와 외교부 정보·의전국장 등을 지냈다. 외교부 대변인을 맡았던 2005~2010년에는 특히 홍콩 국가보안법과 대만 문제 등에 대해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을 써 ‘싸움꾼’이란 별명을 얻었으며, 2014년부터는 외교부 예빈사장(의전국장)을 맡아 시 주석의 해외 순방에도 수차례 동행했다. 부부장으로 승진한 건 2018년의 일이다. 당시 베이징청년보는 “현직 부부장 가운데 최연소 승진”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가 미국 전문가인지는 의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날 친 대사 부임 임박설을 전하며 “미국 이슈에 대한 경험이 없는 친 부부장을 주미대사에 기용한다는 건 뜻밖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친강 신임 미국 주재 중국 대사가 2021년 7월 28일(현지 시각) 미국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주미 중국 대사관

전문가들은 ‘강성’으로 통하는 친 대사의 외교 스타일이 시 주석의 눈에 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비영리 정책연구센터인 스팀슨센터의 윤 선 동아시아 담당 선임 연구원은 최근 SCMP와의 인터뷰에서 친 대사가 외교부 대변인 시절 ‘전사’로 불렸다며 “이는 현재 중국의 늑대 전사 외교와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친 대사는 지난 2월 중국·동유럽(CEEC) 정상회의 브리핑에서 ‘중국이 늑대 전사 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증거 없이 중국을 비양심적으로 비방하는 국가와 개인은 ‘악의 늑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맞받아치며 주목받은 바 있다. 유럽연합(EU)이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을 이유로 제재 카드를 꺼낸 3월에는 직접 EU 대표단장을 불러 항의하기도 했다.

최근의 미·중 관계 악화 국면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중국은 지난 3월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에서 설전을 벌인데 이어 지난 26일 4개월 만에 재개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에서도 “중국을 악마화하지 말라”며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더욱이 친 대사는 중국 외교부 부부장 4명 가운데 가장 젊어, 당초 후보군에서 다소 밀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주미대사 공백을 신속히 메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과 달리 미국은 주중대사 자리를 반 년째 비워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홍콩 명보는 전날 논평에서 “중국이 미국에 불만을 표출하길 원하거나 미국과의 디커플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미국이 차기 주중 대사를 임명하거나 차기 주중 대사가 베이징에 도착할 때까지 친 부부장을 워싱턴으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친 부부장이 서둘러 미국으로 떠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 부부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가? 왕이(王毅) 외교부 부장과 셰펑(謝鋒) 부부장은 친강 임명 배경에 대해 셔먼 부장관에 뭐라고 설명했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 부장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021년 7월 26일 톈진에서 만나 회담을 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미 국무부

명보는 톈진 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에 제시한 요구 목록과 레드라인은 사실 미국이 어느 정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도 짚었다. 중국이 미국에 요구한 개선사항 목록에는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 철폐 △중국 관리와 지도자, 기관에 대한 제재 해제 △공자학원과 중국 기업에 대한 탄압 중단 △중국 매체를 ‘외국 대리인’ ‘외국 사절단’으로 등록하는 결정 취소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미국 송환 요구 중단 등이 담겼다.

중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중점사안 목록에는 미국에 있는 중국 국민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중국 대사관·영사관에 대한 괴롭힘, 반(反)아시아 감정과 반중 감정의 부상, 중국인에 대한 폭력 등에 대한 조속한 해결 등이 포함됐다.

SCMP 역시 중국이 미국에 제시한 목록의 일부는 미국의 양보를 어렵지 않게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라며 “중국이 미국과의 긴장 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좀 더 실용적인 접근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은 갈린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류웨이둥(劉衛東) 미·중 관계 연구원은 양국이 전략적 이슈와 원칙에서는 양보할 여지가 많지 않지만 선의를 표할 수 있는 특정 이슈들이 있다며 “최소한 중국이 제시한 요구사항 중 일부에서 우리는 양보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지난 3월)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은 가식적인 측면이 강했으나, 이번 톈진 회담은 일부 이슈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기대감이 이미 다르다”고도 했다.

중국해양대 팡중잉(龐中英) 교수는 “긍정적으로 보면 양국은 비자 제한 완화 등 보다 작고 좀더 실용적인 문제에서 시작할 수 있다”면서도 “부정적으로 보면 양국이 그러한 문제에서조차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더 큰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국방부에서 중국 담당 국장을 지낸 드류 톰슨은 중국이 반대급부는 제시하지 않으면서 미국에 정책 변경을 요구한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주요 목표는 양보나 협력에 대한 가능성 없이 중국의 입장을 심도있게 이해해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오판을 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