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넣고 야구·양궁 세리머니..이래서 올림픽은 대단하다 [@도쿄#2021]

도쿄 | 윤은용 기자 2021. 7. 2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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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황의조가 28일 일본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3차전 온두라스와 경기에서 전반 추가시간 골을 넣은 뒤 양궁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요코하마 | 연합뉴스


28일 온두라스와의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최종전. 6-0 대승을 거둔 이날, 두 번의 세리머니가 화제가 됐다.

후반 교체 투입된 이강인(20·발렌시아)은 팀의 6번째 골을 넣은 뒤 시원한 홈런 세리머니를 했다. 축구에서 나온 뜬금없는 야구 세리머니. 이 비밀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이강인의 답을 듣고 나서야 풀렸다.

이강인은 올림픽 개막 약 한 달 전 프로야구 KT의 강백호(22)와 광고를 찍었다. 전혀 친분이 없었던 둘은 광고 현장에서 캐치볼을 하는 등 두 살 터울을 넘어 우정을 쌓았다.

둘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특별한 ‘약속’을 하나 했다. 골을 넣거나, 홈런을 치면 서로의 종목과 관련된 세리머니를 하기로. 그리고 이강인이 먼저 골을 넣었고, 약속을 지켰다. 이강인은 “큰 의미는 없다. 관심을 많이 받는 종목인만큼 서로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골을 넣으면 또 할 것이냐고 묻자 “한 번 했으니 이제 됐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강인에 앞서 황의조(보르도)의 세리머니도 특별했다. 황의조는 전반 추가시간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활을 쏘는 ‘양궁 세리머니’를 했다. 세부종목 금메달 3개를 모두 거머쥔 양궁 대표팀을 향한 것이었다. 황의조의 이유도 역시 남달랐다. 황의조는 “같은 한국 선수단으로서 목표가 같다. 우리도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취지에서 양궁 세리머니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금메달을 향한 양궁 선수들의 열정을 봤다. 우리도 그런 열정을 더 많이 보여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걸작은 마지막 답이었다. 남자 개인전에서 조기 탈락해 3관왕을 놓친 김제덕에게 응원을 부탁하자 “(따지 못한) 3번째 금메달을 우리가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제덕은 취미가 쉴 때 축구를 하는 것일 정도로 축구를 좋아한다.

이강인 28일 일본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온두라스와 경기에서 팀의 6번째 골을 넣은 뒤 홈런을 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요코하마 | 연합뉴스


한국에서 축구와 야구는 다른 종목과 비교해 유독 많은 관심과 인기를 받는다. 그래서 다른 종목들로부터 질투를 많이 받는다. 심지어 축구와 야구 사이에도 묘한 라이벌 의식이 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동메달을 딴 축구 선수들 몇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금메달을 딴 야구 대표팀을 향해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래서 올림픽은 대단하다. 시기와 자존심 같은 악감정도 태극기 아래서는 눈녹듯 사라지고 하나가 된다. 축구에서 나온 두 개의 세리머니에는 여유와 자존심이 아닌, 격려와 응원, 훈훈함이 담겼다. 이게 바로 올림픽이고, 진정한 스포츠의 가치다.

도쿄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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