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 위해 인도에 공들이는 美.."양국 협력 강화, 최우선"
티베트망명정부 대표 만나며 중국 견제..왕이는 탈레반 2인자 회담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세력 확장을 경고하면서 탈레반이 무력으로 아프간을 장악하고 자국민에게 잔혹행위를 할 경우 "왕따 국가(pariah state)"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를 방문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합동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아프가니스탄, 자국민에게 잔혹행위를 저지르는 아프가니스탄은 왕따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오는 9월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발표한 이후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블링컨 장관의 언급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을 중국 톈진에서 만난 날 나와 눈길을 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자이샨카르 장관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잇달아 만나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간 이견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연합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블링컨 장관은 양국은 "평화롭고 안정적인" 아프간에 대한 공동의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아프간을 대체로 같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양국은 분쟁에 대한 군사적 해법은 없다는 생각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인도는 탈레반이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이 자국의 안보와 전략적 이익에 위협을 줄 것이라고 보면서 더욱 경계하고 있다. 지역내 힘의 균형이 최대 경쟁국인 파키스탄과 중국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에 대해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에 강력한 군대를 주둔시켰던 미국이 철수할 때 그 결과가 오는 것은 당연하고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미국도 이같은 인도의 상황을 알고 있는 만큼 블링컨 장관의 방문은 이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인도와의 파트너십 강화는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며 "세계에서 미국과 인도 사이의 관계보다 더 필수적인 관계는 거의 없다"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인도에 백신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2500만 달러(약 288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급 관리의 인도 방문은 지난 3월과 4월 각각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의 방문에 이어 세 번째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응고두프 동충 티베트망명정부(CTA) 대표와 만났다. 이번 만남은 지난 2016년 미국 워싱턴DC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가 만난 이후 가장 중요한 접촉이라고 SCMP는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의 동충 CTA 대표 접촉은 달라이 라마를 "위험한 분리주의자"라고 불렀던 중국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스틴 국방장관이 금주 싱가포르와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에 맞서 왕 부장은 이날 바라다르를 만난 자리에서 아프가니스탄 재건 과정에서 탈레반의 역할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은 "현재 진행중인 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상징한다. 이는 아프간 국민들이 자국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킬 중요한 기회"라며 "중국은 아프간의 최대 이웃으로 주권독립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다만 신장위구르 '독립'을 추구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을 직접 거명하며 관계 단절을 요구했다.
왕 부장은 "ETIM는 중국에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탈레반이 ETIM 등 모든 테러단체와 철저히 선을 긋고 지역의 안전과 발전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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