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소 "봉준호 감독, 배우 포기하려 할 때 만난 은인" [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1. 7. 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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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배우 정지소, 사진제공|CJ ENM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에서 동익(이선균)의 딸이었던 ‘다혜’를 기억하는가. 동그란 눈망울로 ‘기우’를 꾀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정지소가 이번에 또 한 번 스크린 도전장을 내민다.

“봉준호 감독은 제가 다시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준 은인이에요. 배우를 포기하려 할 때 ‘기생충’을 만났거든요. 만약 제가 ‘다혜’를 연기하지 않았더라면 이후 연기를 계속했을지 잘 모르겠어요. OCN ‘방법’ KBS2 ‘이미테이션’ 같은 작품들도 제가 오지 않았을 거고요. 지금도 봉 감독과 안부 인사차 한번씩 연락하고 있어요. 항상 응원을 해주는 고마운 분이에요.”

정지소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영화 ‘방법: 재차의’(감독 김용완)에서 방법사 ‘소진’ 역을 맡은 소감, 엄지원과 협업기, 피겨스케이팅 선수에서 배우로 전향한 후의 만족감, 롤모델 등 자신에 관한 다양한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영화 ‘방법:재차의’ 속 정지소와 엄지원.


■“엄지원과 워맨스 호흡, 더 친해졌어요”

그는 평소 엄지원의 팬을 자처했다. 드라마 ‘방법’서 처음 만났을 때를 잊을 수 없다고.

“실제로 본다는 생각에 가슴이 정말 떨렸어요. 보러가는 내내 긴장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처음 봤을 땐 말거는 것도 어려웠어요. 쑥쓰러워서 뭘 물어보거나 상의하려고 다가가질 못했고요.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서 진짜 기뻤어요. 엄지원 선배도 엄청 반갑게 절 맞아줬고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더 이상 아이가 아닌, 한명의 동료 배우로서 작업하는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덕분에 좋은 장면도 끌어낼 수 있었고요.”


두 사람의 펼친 ‘워맨스’ 호흡에도 만족감을 표현했다.

“엄지원 선배는 제게 늘 선배 아닌 친구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줬어요. 김용완 감독과 이야기를 할 때도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고요. 정말 감사했어요.”

작은 체구로 멋진 액션을 펼치기 위해 체중 감량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을 태웠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해서 그런지 잔근육이 아직 남아있어요. 또 여전히 근육을 쓸 줄 알아서 액션을 소화할 땐 수월했어요. 그럼에도 액션이 더 멋져보이는 표정, 분위기, 중요 포즈 등을 엄청 열심히 연습했죠. ‘소진’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싶어서 심오한 OST도 들으며 연습에 매진했어요.”


■“제2의 장나라? 친구들에게 엄청 욕 먹었어요. 하하”

중학교 1학년까지 빙판 위를 노닐다가 배우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오로지 연기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연기에 대한 꿈이 컸던 터라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운동 선수 출신이라 배우로서 활동하는데에 도움도 됐고요. 운동할 때 생긴 정신력과 체력이 밤낮없이 촬영하는 데에 힘이 되더라고요.”

아역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오던 그에게 ‘슬럼프’가 찾아온 건 고3 무렵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까진 작품을 쉬지 않고 했어요. 그런데 고3이 되니 아이도 성인도 아닌 애매한 시기라서 작품이 하나도 안 들어오더라고요. 오디션도 다 안 됐고요. 문득 ‘연기가 내 길이 아닐 수 있겠다’ 싶어서 막막한 마음에 입시도 준비하고 아르바이트에도 뛰어들었어요.”

힘들었지만 돌아보면 나름 자양분이 된 시간이었다.


“배우 생활하면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겪어볼 수 있었어요. 또 그 시간을 지나니 연기에 대한 마음이 간절해지기도 했고요. 연기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때가 오는데, 저같은 고민이 있는 후배들을 잘 이끌 수 있는 좋은 연기 선배가 되고 싶어요.”

동그란 눈, 어린 외모로 ‘제2의 장나라’라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 글을 봤어요. 친구들에게도 엄청 욕을 먹었고요. 어떻게 장나라 선배를 너와 비교하느냐고요. 하하. 그래도 제겐 너무 영광스러운 일이었어요.”

다양한 색깔을 지닌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에게 롤모델은 있을까. 그는 ‘설국열차’(감독 봉준호)로 국내 팬들에게 사랑받은 틸다 스윈튼을 꼽았다. 체중 감량을 할 때에도 휴대전화 화면으로 지정해놓고 매일 볼 만큼 좋아하는 배우라고도 했다.

“작품마다 완벽하게 달라지잖아요. 분위기, 얼굴, 화법, 눈빛들을 닮고 싶어요. 정말 존경스럽고요. 저도 오래 연기하면서 깊고 넓게 생각하고 시야를 넓게 가지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어디에 내놔도 걱정하지 않을 만한 ‘인간 정지소’도 되고 싶고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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