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M] 집착이 불러 온 비극..중학생 피살사건

박혜진 2021. 7. 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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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이 불러 온 비극..중학생 피살사건>

얼마 전부터 '숨진 김 군의 어머니'로 불리는 A씨. 취재진을 처음 만난 A씨는 눈물도 남아있지 않다고 했지만, 아이의 이름만 나오면 울컥 울음을 쏟아냈습니다.

지난 18일 어느 때나 다를 것 없던 일요일 밤, 일을 마치고 밤 늦게 귀가한 A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충격적인 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176cm의 건장했던 아들은 손과 발이 테이프로 묶인 채 싸늘하게 식어 있었습니다.

부검 결과, 아들의 사인은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 옛 동거남의 잦은 폭행과 위협에 경찰에 신변보호를 신청하고 설치한 CCTV에는 범인의 모습이 선명히 담겨 있었습니다.

A씨의 옛 동거남 백광석. 그리고 백광석의 후배 김시남.

<어렵게 이룬 가족 하지만 행복은 잠시뿐>

김 군은 A씨와 김 군 아빠가 헤어진 뒤 줄곧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엄마의 정을 그리워했던 김 군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3년 전부터 A씨와 함께 살게 됐습니다.

문제의 백광석도 자신의 아들과 함께 들어왔습니다.

외로웠던 김 군에게 완전한 가족이 만들어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백씨가 본색을 드러낸 건 1년 전, A씨는 인테리어업체를 운영하던 백씨가 일은 백씨의 아들에게 맡기고, 식당에서 일하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착하고 추궁하며 하루를 보냈다고 말합니다.

집착과 망상이 더해지면서 지독한 폭행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결국 매일 같이 싸움으로 이어지고 그러고 나면 백씨는 어김 없이 집을 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새벽이면 2층 다락방으로 몰래 들어와 자고 있던 자신의 목을 조르고 폭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백씨가 "왜 이렇게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냐고 (물었더니) 그게 재밌대요. 널 이렇게 괴롭히는 게 좋다"(24일 A씨와의 인터뷰 중)고 말했다며 몸서리를 쳤습니다.

백씨를 아빠라 부르며 잘 따랐던 김군도 결국 백씨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엄마를 때리는 백씨를 말리던 김군도 백씨에게 맞아 머리가 찢어지는 등 행복하기를 바랐던 새 가족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습니다.

<경찰 신변보호의 허술함 결국 비극으로>

평소와 다를 바 없던 지긋지긋한 다툼이 있던 어느날, 조금 다른 점이라면 "찾아오지 않으면 아들을 죽이겠다"는 백씨의 협박에도, 찾아가지 않았다는 점, 지난 2일 다시 집으로 찾아온 백씨는 또 A씨를 폭행했습니다.

이튿날은 누군가 집 외부의 가스배관을 절단했고, 또 다음날은 창문 방충망을 모두 떼어놨습니다.

백씨의 소행이라 여긴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백씨를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그냥 돌아갔습니다.

백씨가 과거에도 옛 연인들을 상대로 보복행위를 하는 등 전과 10범의 이력이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불안에 떨던 A씨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고, 2주 뒤에야 CCTV가 집 밖에 설치됐습니다.

경찰의 소극적인 대처와 오락가락 하는 대응 때문에 범행을 막지 못했다며 A씨는 울분을 참지 못했습니다.

112에 긴급호출을 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는 여분이 없어 받을 수 없었고, 나중에 재고가 있다며 연락이 왔지만 정작 찾아가니 다시 없다고 해 결국 빈손으로 돌아와야했습니다.

“받으러 오십시오해서 갔는데 죄송합니다, 있는 줄 알았는데 여분이 없습니다.

전화 한통만 해줬으면 우리 00이 안 죽었지. 그 (스마트)워치만 있었으면 내가 00이를 주고 나는 가게를 가니까.."(24일 A씨 인터뷰 중) 그래도 A씨는 자신을 위로하는 김군이 있어 지옥같던 그 날들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엄마, 걱정 마 내가 덩치 더 크니까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그래도 A씨에게 김군은 덩치만 큰 아기 같은 존재였습니다.

평소 '물애기'(젖먹이의 제주어)라 부를 만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었습니다.

백씨의 횡포가 계속되던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김군에게 A씨는 약속했습니다.

내년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이사를 가자고…. “제주시내에 투 룸 하나 얻어서 살자.. 그랬어요.” (24일 A씨 인터뷰 중)

그 약속을 지키기도 전에, 김 군은 백씨에게 무참히 짓밝힌 채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멋진 쉐프가 꿈이었던 아이, 평범한 가정의 모습을 꿈꾸던 아이, 백광석과 공범 김시남은 피어보지도 못한 16살 소년의 꿈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차라리 내가 죽으면 죽었지, 자식 먼저 앞세워서 난 어떻게 살라고..” (24일 A씨 인터뷰 중)

숨진 김군이 자신의 SNS 프로필에 틀어 놓은 노래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긴 밤이 오니까, 널 데려가니까, 난 또 잠이 오질 않아. 긴 밤이 오니까, 널 데려가잖아, 애써 돌아서기에도 아쉬워 긴 밤아 오지 마, 날 데려가지 마“ - ‘긴 밤’/Seori 노래가사 중-(김 군 SNS프로필 음악)

여전히 백씨가 자신을 해칠까 불안한 A씨, 경찰이 처음의 입장을 바꾸고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한 날 아침, A씨는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밤새 울며 심의위원들에게 쓴 편지를 경찰에 내밀었습니다.

“엄마로서 아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취재진과의 문자 중에서 A씨 문자)

이제 A씨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이 두 피의자에게 법정 최고형이 내려지기를... A씨는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부탁을 남긴 채 김군과 함께 했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00이가 좋은 곳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게 부탁드릴게요.“

(박혜진hjpark@jejumbc.com)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289893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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