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에 더 다가선 연준..'신중한 테이퍼링' 신호 보냈다(재종합)
"미 경제 진전"..테이퍼링 초기 신호 보내
"델타 변이의 경제 영향 이전보다 덜해"
다만 '톤 조절' 동시에..신중한 긴축 시사
"완전 고용 멀었다..강한 고용 수치 원해"
테이퍼링 대비?..연준, 스탠딩 레포 도입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향한 초기 신호를 보냈다. “미국 경제가 연준 목표치를 향해 진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시장이 주목했던 델타 변이 우려에 대해서는 “경제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연준은 다만 ‘신중한 긴축’ 행보를 동시에 시사했다. 테이퍼링을 위한 최우선 조건인 완전 고용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테이퍼링을 한다는 자체는 변함이 없으나, 시장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거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읽힌다.
연준 “미국 경제, 목표 향해 진전”
연준은 27~28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0.00~0.25%의 제로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또 월 국채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0억달러 등 총 1200억달러의 채권을 매입하는 QE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시장이 이미 예상한 수순이다.
시장이 주목했던 통화정책 성명은 다소 변화가 나타났다. 연준은 “팬데믹 우려에도 경제는 계속 나아지고 있다”며 “연준 목표치를 향해 진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회의 때보다 테이퍼링 쪽으로 한 발 더 다가선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향후 회의에서 진전 정도를 계속 평가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테이퍼링 논의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테이퍼링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 놓은 것”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스(NYT)는 “경제가 회복한다면 머지않아 자산 매입 축소를 시사한 것”이라고 했다. PNC 파이낸셜그룹의 거스 파우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테이퍼링을 향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오는 8월 잭슨홀 미팅 혹은 9월 FOMC 정례회의 때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롬 파월 의장은 성명서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톤 조절’에 나섰다.
파월 의장은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 델타 변이의 경제 여파에 대해 “지난 1년과 최근 몇 달의 코로나19 상황을 보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덜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델타 변이의 경우 어떠한 사례인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 변이가 테이퍼링 개시에 걸림돌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사람들은 백신 접종을 받고 있고, 또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백신 접종 확대와 근무 환경 적응이 팬데믹의 경제적인 충격을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한 고용 필요”…파월의 톤 조절
파월 의장은 다만 테이퍼링 관련 논의를 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시점은 추후 나오는 지표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고용 지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테이퍼링의 전제 조건으로 거론했던) 경제의 실질적인 추가 진전까지는 아직 멀었다”며 “강한 고용 수치를 보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완전 고용을 위한 진전을 이루는 데서 다소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사실상 테이퍼링 초기 신호를 줬는데, 파월 의장은 고용을 다시 거론하며 신중한 기조를 보인 것이다. 테이퍼링을 한다는 자체는 변함이 없으나, 금융시장 충격에 대비하고자 충분한 소통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파월 의장은 “(고용 지표 등) 몇 달 더 자료를 볼 것이라는 건 특정한 테이퍼링 시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다”며 “실질적인 추가 진전 목표에 도달하고 FOMC가 이를 편안하게 느낄 때 테이퍼링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또 “(국채보다)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먼저 줄이는 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MBS를 사들이며 집값이 상승했다는 논리로, 연준이 국채에 앞서 MBS 매입부터 줄이는 ‘2단계 테이퍼링’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이날 FOMC를 두고 시장은 예상한 수준이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다소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었다는 시각이 일부에서 나왔다. 바클레이즈는 “(성명서에서) 진전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면서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미셸 마이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9월 고용 지표가 강하다면 9월 FOMC에서 테이퍼링 세부 방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긴축 대비용?…스탠딩 레포 도입
연준은 이날 통화정책 성명과는 별도로 ‘스탠딩 레포(Standing Repo Facility·SRF)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역내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대기성 레포(domestic Standing Repo Facility) △해외 통화당국을 대상으로 한 상설 레포(FIMA Repo facility) 등 두 개다.
SRF는 은행이 국채, 정부기관채 등을 담보로 맡기고 차입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유동성 대출 제도다. 은행이 유동성 압박을 덜 수 있는 자금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난 4월과 6월 FOMC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졌고, 이번에 도입을 결정했다. 연준은 “이들 창구는 통화정책의 효과적인 시행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연준은 특히 대기성 레포의 경우 그 대상기관을 일단 프라이머리딜러(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공인한 투자은행, 증권사 등 국채 딜러)로 제한하되, 점차 거래 참여를 원하는 은행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추후 긴축 행보에 대비하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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