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구광모 '의기투합'..印尼에 배터리셀 합작사 세운다
두 총수 만난 지 1년 만에 협력 '결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 정부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인도네시아에 연산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을 위해서다.
이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3자간 투자협약은 전날 오후 진행됐다. 조성환 현대모비스(012330) 사장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본사에서 만난 가운데, 인도네시아 바흐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 투자부 장관이 온라인 화상으로 참석했다.
협약식에는 우마르 하디(Umar Hadi)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박태성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파할라 누그라하 만수리(Pahala Nugraha Mansury) 인도네시아 공기업부 차관, 토토 누그로호(Toto Nugroho) 인도네시아 국영 배터리 코퍼레이션(IBC·Indonesia Battery Corporation)CEO 등도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이번 투자협약 체결에 앞서 최근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했으며, 양측은 합작공장 설립을 위해 약 11억 달러(한화 1조1700억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양측의 성공적인 합작공장 설립과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 확대 지원 차원에서 일정 기간 법인세와 합작공장 운영을 위한 각종 설비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전기차 관련 세제 혜택 강화 등의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했다.
합작공장에 대한 지분은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50%씩 보유한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양측은 각종 법적 절차를 거쳐 3분기 중으로 합작법인 설립을 완료한 뒤 4분기에 합작공장 착공에 나설 예정이며, 2023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서 2024년 상반기 내에는 배터리셀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은 완성차 부문과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각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톱 티어 기업 간의 첫 해외 합작법인 설립으로, 이를 통해 양측은 10여년간 이어온 협력관계를 더욱 탄탄히 다지게 됐다.
◇ 최적의 입지 조건 갖춘 카라왕 지역 산업단지 내 구축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의 매장량과 채굴량 모두 세계 1위다. 배터리셀 합작공장이 들어설 카라왕 지역(Karawang Regency)은 브카시, 치카랑 등과 함께 인도네시아 산업의 중심지다. 카라왕 노동부가 발간한 ‘서부 자바 연감(West Java Facts)’ 등에 따르면 2018년까지 카라왕에 산업용지로 조성된 부지는 1375만6358헥타르(ha) 규모로 60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 공장을 포함해 총 1760여개의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 중에서도 합작공장이 들어설 산업단지는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 중심부에서 남동쪽으로 약 65km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공항·항구·고속도로 등 주요 교통망이 촘촘히 구축돼 있어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유치 전략을 통해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전자, 건축자재, 식품, 물류 서비스 등 5대 산업 클러스터가 모두 결집된 대규모 복합 산업단지로 구축되고 있다.
◇ 10GWh규모, 전기차 15만대분 이상 생산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은 총 33만㎡의 부지에 연간 전기차 배터리 약 15만대분 이상인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예정이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셀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신기술을 적용, 고함량 니켈(N)과 코발트(C), 망간(M), 출력을 높여주고 화학적 불안정성을 낮춰줄 수 있는 알루미늄(A)을 추가한 고성능 NCMA 리튬이온 배터리셀이다. 이 배터리셀은 우선적으로 2024년부터 생산되는 현대차와 기아의 E-GMP가 적용된 전용 전기차를 비롯해 향후 개발될 다양한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양측은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에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함으로써 폭발적으로 증가할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향후 전용 전기차 모델을 개발함에 있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신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고, 각 차량의 성능과 상세 사양에 맞춰 최적화된 배터리셀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배터리 시스템 생산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는 이번 합작공장 설립과 운영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의 글로벌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영역인 전동화 부문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 원자재부터 자동차 생산까지 비용 절감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세우게 되면서 원자재 공급부터 배터리셀 제조, 나아가 완성차 생산까지 드는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전기차 보급 확대와 전기차 관련 산업 육성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각종 인센티브 확보에도 유리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간 100만대 규모의 아세안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 시장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8월 전기차 산업 육성과 보급 확대를 위한 대통령령을 공포했다. 이를 통해 각종 인센티브 제공 기준이 되는 부품 현지화율을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사치세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자동차 세제 관련 법안을 최종 승인함으로써 전기차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셀 합작공장은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과 함께 아태 권역 전체 시장 공략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아세안 시장은 완성차에 대한 역외 관세가 최대 80%에 이를 정도로 관세 장벽이 높지만 아세안자유무역협약(AFTA) 참가국 간에는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배터리셀을 생산함으로써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양측은 이번 합작공장 설립을 계기로 아세안 시장 공략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지금까지 10년 넘게 이어온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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