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임기 내 4차 남북정상회담?.."최종 목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주형 2021. 7. 29.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통신선 복원 외 진전된 논의 없어
신중한 靑 "모든 가능성 열려 있다"
남북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 수순
이산상봉·방역협력 등 논의 거론
북한·미국 둘 다 기존 입장 고수
靑, 외신 정상회담 보도엔 "사실 무근"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 유엔군 참전용사 훈장 수여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 통신연락선이 13개월 만에 복원되면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제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신중한 기류를 유지하고 있고, 남북 사이에도 현재까지는 통신연락선 복원 외에는 진전된 논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대화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회담만 추진할 요인은 많지 않은 가운데 우리 정부는 조심스럽게 대화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중한 청와대… 정상회담 가능성은 열어둬

정부는 북한과 실무급에서 안정적으로 대화할 환경을 복원하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28일 외신이 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남북 당국이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청와대는 박경미 대변인 명의로 “사실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청와대가 향후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까지 닫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지금은 조심스럽게 남북관계가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섣부르게 앞서가다가 어렵게 마련된 전기를 놓치게 될까 우려해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도 “통신선이 복구됐다고 해서 뭔가 크게 축하하거나 ‘애드벌룬’을 띄울 단계는 아니다”며 “지금은 매우 조심스러운 ‘의견교환’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은 하나의 ‘징검다리’”라며 “최종 목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도달과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단 북한과 실무 차원의 소통 복원 절차에 들어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과 대화가 오랫동안 정체된 만큼 대화를 복원해 가는 일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우선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때문에 국경을 걸어 잠근 만큼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첫 과제다. 정부는 지난 4월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4억원 예산을 들여 영상회의실을 구축했다. 북한도 국제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전례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먼저 당국자 간 화상회의를 개최할 계획으로, 실무급·고위급 대화를 거쳐 정상회담까지 연결시키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수석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어제(통신선 복원)는 어떻게 보면 가장 낮은 단계의 출발”이라며 “남북 간 풀어야 할 현안이나 미래 과제를 포함해 복원된 채널을 통해서 조금 더 진전된 대화의 수단을 통해 문제들을 논의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산가족 화상 상봉과 코로나19 관련 보건·방역협력, 9·19 군사합의에 따른 협력사업 등이 현안으로 거론된다.
노병대회 참가자와 악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에서 열린 전국노병대회 참가자와 악수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바뀐 것 없는 환경… 북·미 대화 가능할까

통신선 복원만으로 북한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요구했던 ‘적대시 정책 철회’, 즉 안전보장이나 제재 해제와 관련된 의제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다.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에서 통신선 연결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일반 북한 주민들에 공개되는데, 앞서서 알렸다가 성과가 없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전국노병대회에서 지난해와 달리 ‘자위적 핵억제력’ 강화를 언급하지 않고 남북 및 대미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을 삼갔다.

지금까지 북한의 태도를 보면 남북관계는 북·미 대화의 진전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하고 이번 통신선 연결에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대화 진전은 북·미 대화 진전에 촉진 요인”이라면서도 “현재로선 북한과 미국 모두 입장에 변화가 없고, 내달 연합훈련 이후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외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중 무역이 이르면 8월 재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북·중 무역은 상반기부터 꾸준히 재개 움직임이 감지됐지만, 실제 가동은 포착되지 않았다.

남북군사당국 간 통신선이 복구된 27일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 시험 통신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美 “남북 통신선 복원 환영… 대화와 관여 지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7일(현지시간)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환영한다면서 남북대화 등에 긍정적 조처라고 평가했다.

젤리나 포터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은 남북 간 대화와 관여를 지지한다”며 “이것은 분명히 긍정적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외교와 대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다만 ‘통신연락선 복원이 북·미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도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와 소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캠벨 조정관은 ‘북한으로부터 들은 소식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4월 말 새로운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고 수차례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긍정적 반응을 얻지 못했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행사에서 ‘북핵 위협에 맞선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꽤 분명히 해왔다”며 “우리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도 28일 전화 회담에서 남북 통신선 복원이 긍정적 움직임이며 환영한다는 점에서 인식이 일치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통신연락선 복원을 환영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구테흐스 총장이 남북의 소통 재개에 고무됐다”고 전했다.

◆8월 한·미 연합훈련 축소·중단 가능성

남북 통신연락선이 지난해 6월 단절 이후 13개월 만에 복원되는 등 남북관계 개선 기류가 형성되면서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축소 내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다음달 16일부터 하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일 취임한 폴 라카메라 신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으로서는 하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이 현재 가동 중인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군은 지난 3월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규모가 축소되면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할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을 검증하지 못했다. 하반기 연합지휘소훈련에서 FOC 검증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지만, 관련 연습이라도 해야 전작권 전환 작업을 지속할 동력이 생긴다. 연합훈련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양국 장병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것도 훈련 시행에 무게를 더하는 요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남북 화해 기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정부와 군 안팎에서는 하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이 대폭 축소되거나 중단될 여지가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연합훈련 축소·유예를 통해 북한의 유화적 태도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갖추면 남북대화 동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에서다. 청와대 측은 “통신연락선 복원과 한·미 연합훈련은 무관한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군사대비태세와 남북대화 사이에서 연합훈련을 둘러싼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훈련 중단 대신 미국 본토 등에서 투입될 미군 증원인력 축소, 공격적 작전개념 제외 등을 포함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게 거론된다. 군 소식통은 “연합훈련 실시 여부와 규모 등을 결정하는 변수는 전투태세 유지, 한·미동맹 강화, 대북 메시지 발신”이라며 “한·미가 어느 쪽에 비중을 둘 것인가에 따라 훈련 실시 여부와 성격, 규모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주형, 이도형 기자, 워싱턴=정재영, 도쿄=김청중 특파원, 박수찬 기자 jhh@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