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통신선 복원은 좋은 신호.. 북미 비핵화 협상은 미지수"

박재우 기자 2021. 7.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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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킷 판다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 인터뷰
"바이든 양보 없고, 북한도 비핵화 협상에 소극적"
안킷 판다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이 뉴스1과 영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안킷 판다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28일 최근 남북 당국이 통신선을 복원한 것에 대해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지만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이날 뉴스1과 영상 인터뷰를 통해 "통신선 복원으로 소통 착오로 인한 군사 충돌을 방지할 수 있고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카네기평화재단에서 핵정책 분야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내 떠오르는 핵전략, 군비통제, 미사일방어, 확장억제 분야의 전문가이자 '김정은과 폭탄: 북한의 생존과 억지(2020)'를 쓴 한반도 전문가이기도 하다.

남북 당국이 지난 27일 통신 연락선을 복원하면서 남북 대화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북미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북측의 이번 통신선 재개 의도는 비핵화 협상이 아닌 인도적지원을 받기 위한 차원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악화와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북한 내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북미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제재 해제 등을 제시하면서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북한도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로 트라우마를 갖고 있어 북핵협상에 복귀하는 데 미온적"이라면서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남북이 통신연락선을 재가동한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우리측 연락대표가 북측 연락대표와 통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통신연락선이 단절된 지 13개월 만이다. (통일부 제공) 2021.7.27/뉴스1

-남북 당국이 통신선을 복원했다. 남북관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이다. 북한은 바로 1년 전에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반발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했던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었다.

이에 반해 최근 통신 정례화는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남북 간 통신선 복구로 소통 착오로 인한 군사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 아마도 남북관계로 이어질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 국면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왜냐면 지난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북한이 반응을 하고 남북관계가 개선이 되고 미국과의 외교로 연결 된 뒤 결국 실패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발전이지만 아직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북한이 현재 코로나19 상황과 식량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남북 간 대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가? 또 북한 내부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이후인 2020년 초에 국경을 봉쇄하면서 북한은 어느 국가에서 볼 수 없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고 자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과 상품들에 대한 높은 방역으로 중국과의 무역 양도 감소했다.

현재 북한 내부 경제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사실 이마저도 과소평가라고 생각한다. 김 총비서가 집권한 2012년 이래 최악의 경제 상황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가 공개적으로 식량 수확 계획이 미달했다고 밝혔고 자연재해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이례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까지 제시하며 이를 국가 생존의 위협이라고 불렀다. 북한은 외부 원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드러낼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북한은 방역을 잘하고 있지만 남한은 그러지 못하다는 내부 선전 보도도 있었다. 그동안 내부 선전을 벌여온 만큼 남한에게 손을 벌리는 일은 힘들 것. 지금도 북한은 이 소식(연락선 복원)을 대외적으로만 밝히고 있고 내부 관영 매체에 밝힌 흔적은 없다. 그만큼 북한이 남북대화 채널 복원에 나선 것은 북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한 마디로 북한이 한국에 다시 손을 뻗고 있는 이유는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과 식량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남북 연락선 복원 이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주목되고 있는데, 향후 한미는 이를 어떻게 결정할 것이라고 보는가? 또 북한은 어떻게 반응할지?

현 시점은 북한이 8월 훈련에 대해 반발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이번 연락선 복원이 문 대통령으로 하여금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할 거란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축소 진행하자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 정책에 '동맹과 공조'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있어 이에 대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 양국 간 갈등이 드러날 수도 있다.

오히려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에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북한이 식량 지원, 그리고 코로나19 구호 물품 등 인도적 지원을 요구한다면, 연합훈련은 대화 중단의 이유가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이 훈련을 두고 이전처럼 반발하지 않는다면 한미 간 갈등을 빚을 이유도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바이든 행정부는 남북 채널 복원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남북 대화 채널 복원은) 바이든 행정부에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북한과의 외교에 개방적이라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한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형태로 추구할 권리가 있다.

-현재 북미 대화는 서로에게 공을 넘기면서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 비핵화 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보는지?

당장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려면 미국은 북한에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대북정책은 대화에 긍정적이지만 아직 제재완화에 대해 양보할 의향이 없다는 것. 바이든 행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측에 무엇을 논의하자고 말했을지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양측이 직접 대면해 협상이 이뤄지기 전까진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번 국면변화는 북한이 식량부족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단기적 목표를 갖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의 외교 가능성은 적다.

왜냐하면 북한은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로 트라우마를 갖고 있어 북핵협상에 복귀하는 데 아직 미온적이다. 이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면 김정은의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고 권력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대화 조건을 놓고 양측의 입장차가 크다. 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적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북미 대화에 대해 관심은 익히 잘 알려있지만 미국은 별개의 우려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등 동북아 전반적인 안보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이 지역에서 균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남측에 손을 내밀고 내년 2월 에정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통해 협상에 복귀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선) 일리가 있는 말처럼 들린다. 다만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변수인 걸로 보인다. 특히 우리는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지금 상황에서 내년 2월을 예상하기에는 힘들다. 개인적으론 베이징 올림픽때까지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리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론 어려울 거라 본다.

jaewo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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