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선수에게 기회 제공' 이상범 DB 감독, 숨겨진 의미는?

손동환 2021. 7.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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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기회를 당연한 권리로 알면 안 된다”

원주 DB는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통영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트랙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 자체 5대5 볼 훈련 등 체력과 조직력을 가다듬는데 집중했다.

26일 통영에서 훈련을 마친 DB는 27일 창원으로 넘어갔다. 27일과 28일 창원 LG와 연습 경기를 연달아 실시했다.

박경상(180cm, G)과 이용우(184cm, G)가 경미한 부상으로 경기에 뛸 수 없었다. 그렇지만 12명이 넘는 국내 선수들이 포진했다. 이상범 DB 감독은 부상 선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에게 연습 경기에 나설 기회를 줬다.

사실 이는 이상범 감독 특유의 선수 활용법이다. 4쿼터에는 핵심 선수를 많이 뛰게 하지만, 1~3쿼터까지는 백업 자원에게도 출전 기회를 준다. 백업 자원에게 동기 부여를 하고, 핵심 선수들의 승부처 집중력을 더 강하게 하기 위함이다.

또, DB는 2020~2021 시즌 국내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그래서 이번 비시즌 동안 여러 포지션에서 많은 선수를 보강했다. 더 많은 선수를 실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선수층이 두터워진다는 강점이 있지만, 감독은 선택을 해야 한다. 모든 선수들이 비시즌 내내 비슷한 양의 땀을 흘리기에, 이상범 감독은 고민에 놓일 수 있다. 특히, 국내 선수만 해도 10명이 넘어가기에, 이상범 감독은 ‘선택’이라는 단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범 감독은 지난 28일 LG와 연습 경기 전 “연습 경기 승패를 포기해도, 여기 있는 선수들을 모두 뛰게 해야 한다. 다 같이 고생한 선수들 아닌가? 이들 모두 비시즌에 고생했을 때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 선수로서 동기 부여가 된다”며 기존의 선수 활용법을 고수했다.

이어, “누구 한 명이라도 훈련한 양에 비해 기회를 얻지 못하면, 그 선수는 처진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한 명의 선수가 처지는 게 팀 전체 분위기로 이어진다. 다 같이 밝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다 같이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팀 전체 분위기의 향상을 다른 이유로 꼽았다.

이상범 감독은 실제로 자신의 철학으로 인해 이점을 보기도 했다. 뛰지 못하다가 코트에 나선 이들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고, 경기장에서 부족함을 느낀 이들 대부분이 연습체육관에 불을 켰다. 이러한 열정이 DB의 열정적인 움직임을 만들었다.

이상범 감독은 “처음 경기를 뛴 친구들은 어떤 게 부족한지 금방 느낀다. 그리고 연습체육관에 불을 켜더라. 어떤 게 잘못됐는지 생각해보고, 거기에 맞춰 연습을 했다. 이들이 비록 당장 성장하는 게 아니라고 해도, 부족함을 느끼고 열심히 연습한 친구들한테는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게 맞다”며 이전의 경험과 자신의 생각을 같이 말했다.

이상범 감독은 다양한 선수에게 최대한 많은 출전 기회를 준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코트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와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는 이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선수로서 출전 기회를 얻는 게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기량이나 기회가 부족했던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얻는 건 더욱 그렇다. 팀의 핵심 자원이 출전 시간을 양보한다는 조건이 있어야, 백업 자원들도 ‘출전 시간’이라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 그게 이상범 감독의 생각이었다.

이상범 감독은 “다양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건 선수를 향한 배려다. 그게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핵심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걸 감수하면서, 백업 자원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며 자신의 메시지를 확고히 전했다.

계속해, “선수로서 기본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잡을 수 있는 루즈 볼에 달라들지 않는 선수나 턴오버를 해놓고 상대 공격을 멍하니 바라보는 선수는 코트에 나설 자격이 없다. 그런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의 소중한 기회를 빼앗고 있는 것 밖에 안 된다”며 선수로서의 기본적인 투지를 강조했다.

물론, 메시지를 전하는 게 쉽지 않다. 이상범 감독 역시 “출전 시간을 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선수들은 극소수다. 그러나 그 선수들에게 이러한 조치를 코칭스태프의 배려라고 납득시키는 게 쉽지 않다. 모두가 다른 환경에 살아왔고, 특정 사안이나 메시지에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며 이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 스포츠 선수라면 추구하는 목표는 모두 같을 거다. 목표를 추구하는 방법이나 방향성이 다를 뿐이다. 누구는 목표를 향해 직진을 하고, 누구는 목표를 향해 천천히 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목표에 도달하는 시간이 다들 달라질 수 있다. 그러면 다 같이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낮아진다”며 같은 목표를 같은 시간 안에 도달하는 게 어렵다고 덧붙였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선수들의 특성은 모두 다르다. 선수들이 지닌 생각도 다르다. 코칭스태프끼리도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 간의 생각 차이를 좁혀야 한다. 그러나 그 작업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이상범 감독은 ‘비시즌 때 다 같이 노력했기에, 노력한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최대한 주겠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지론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선수가 일부 있다. 그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독과 선수가 기본적인 지론 때문에 틀어진다면, 팀이 가야 할 기본적인 방향성 역시 틀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상범 감독은 지론에 담긴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론이 담고 있는 핵심 의미는 선수를 위한 ‘배려’였다. 또, 선수들이 이를 당연한 권리로 여기지 않기를 원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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