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SS현장]굶주리던 호랑이의 포효..'원샷원킬' 이게 황의조다!
[스포츠서울 | 요코하마=김용일기자] 굶주리던 ‘호랑이’가 다시 포효했다.
올림픽 축구 ‘김학범호’에 와일드카드(WC)로 합류한 한국 국가대표 간판 골잡이 황의조(29·보르도)가 침묵을 깨고 해트트릭 쇼를 펼치며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황의조는 28일 일본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축구 남자 조별리그 B조 최종전 온두라스전에서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 출격해 두 차례 페널티킥(PK)을 포함, 3골을 집어넣으며 6-0 대승에 앞장섰다. 황의조의 활약을 앞세운 한국은 2승1패(승점 6)를 기록, 조 1위를 차지하며 8강에 안착했다. 또 5년 전 리우 대회 8강에서 온두라스에 0-1로 충격패한 아픔을 통쾌하게 설욕했다.
◇공간 지배+원샷 원킬, 이게 황의조다!
황의조가 득점 사냥에 다시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김학범호’는 토너먼트에서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황의조의 부활은 한국의 마지막 퍼즐과 같았다. 그는 3년 전 김 감독이 지휘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도 WC로 합류해 득점왕(9골)을 차지하며 우승 멤버로 뛴 적이 있다. 이후 병역 혜택과 더불어 유럽 진출 꿈을 이룬 그는 다시 김 감독과 의기투합해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앞서 뉴질랜드(0-1 패), 루마니아(4-0 승)와 조별리그 1~2차전에서는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며 기대에 못 미쳤다. 김 감독에게 보은의 마음을 품고 제 가치를 발휘하고자 한 황의조로서는 괴로운 시간이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지난 2019년 여름 프랑스 리그1 보르도에 입단한 그는 ‘추춘제’로 열리는 유럽 리그에 맞춰 컨디션을 유지했다. 즉, 비시즌 여름에 쉬지 않고 대회를 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황의조는 온두라스전 직후 취재진과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나 “(유럽에서) 시즌을 모두 치르고 한국에 와서 (월드컵 예선으로) A매치를 뛰었다. 그리고 일주일 쉬고 올림픽에 왔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쉬지 못해 몸 관리하는 게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했던가. 코로나19 여파로 숙소에서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 개인 훈련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도 황의조는 의지를 불태웠다. 대한축구협회가 싸이클, 철봉, 보수볼 등 훈련 장비를 미팅룸에 마련했는데, 황의조는 최대한 컨디션 사이클을 최대한 당기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다. 그 결과는 8강을 좌우한 온두라스전에서 나왔다. ‘스피드 레이서’ 이동준과 전방에서 호흡이 이전보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다. 전반 12분 결승골이 된 PK 상황도 황의조가 만든 것과 다름이 없다. 미드필드 왼쪽에서 그는 오른쪽으로 번개같이 달려든 이동준을 향해 ‘레이저 패스’를 뿌렸다. 이동준이 돌파 과정에서 얻어낸 PK를 깔끔하게 차 넣으며 올림픽 마수걸이 포를 해냈다. 그리고 전반 막판 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문전에서 두 번째 골을, 후반 김진야가 얻어낸 PK를 다시 깔끔하게 차 넣으며 포효했다.
김 감독은 후반 12분 토너먼트를 대비해 휴식 차원에서 황의조를 불러들이고 이강인을 투입했다. 황의조는 선발 57분을 뛰면서 3골을 넣었다. 특히 6개의 슛을 기록했는데, 모두 유효 슛으로 연결되는 등 우리가 알던 황의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루마니아전에서는 3개의 슛을 시도했지만 유효 슛은 없었다. 그는 “(득점을) 나도 기다렸다. 부담이 없지 않았으나 언젠간 터지리라고 여겼다. 오늘 득점했지만 8강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양궁 보며 금메달 열정 불태워…“우리도 해낼게요”
황의조는 두 번째 득점 이후 ‘활을 쏘는 세리머니’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까지 혼성전과 남녀 단체전에서 금메달 3개를 휩쓴 ‘천하무적’ 한국 양궁을 향한 세리머니였다. 그는 “같은 한국 선수단으로 목표(금메달)가 똑같다. 우리도 원하는 목표를 이루자는 의미에서 양궁 세리머니를 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TV로) 양궁 경기를 봤는데, 금메달을 향한 선수의 열정을 느꼈다. 우리도 그런 열정을 더 보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남자 양궁 대표팀 ‘막내’이자 이번 대회 2관왕 주인공 김제덕은 축구 애호가로 소문났다. 그가 개인전에서 조기 탈락해 3관왕이 불발된 것에 황의조는 “(김제덕이 못 딴) 세 번째 금메달을 우리가 노력해서 따 보겠다”고 대차게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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