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신" 악플에 "방바닥 열폭" 사이다 응수..올림픽 Z세대 선수들

채혜선 입력 2021. 7. 29. 05:01 수정 2021. 7. 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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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Z세대 김제덕·신유빈·안산·황선우(왼쪽부터). 연합뉴스

“방구석에서 열폭(열등감 폭발) 디엠(다이렉트 메시지) 보내기 vs 올림픽 금메달 두 개”
2020 도쿄올림픽 ‘2관왕’ 양궁 여자 대표팀 안산(20)이 지난 27일 SNS에 올린 글이다. 자신에게 ‘X신’이라는 욕설을 반복적으로 보낸 한 네티즌에게 보낸 답장이었다. 악플러보다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자신이 더 낫다는 재치있는 응수다. 안 선수는 “(욕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려주시고 정중하게 사과해달라”는 답장도 보냈다.


의연한 Z세대…이유 있는 ‘막내 열풍’

안산이 자신에게 욕설을 보낸 네티즌의 이름과 아이디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 안산 인스타그램 스토리 캡처

2020 도쿄올림픽은 ‘막내 열풍’이라고 불릴 만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선배들에 뒤지지 않는 기량과 당찬 모습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악플이나 패배에도 주눅 들지 않는 면모를 보이며 올림픽의 중심에 우뚝 섰다.

안산 선수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자신에게 욕설 세례를 한 네티즌의 이름과 아이디를 공개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데” “○○아. 읽었으면 대답 좀”이라는 말도 덧붙이기도 했다.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 때 일부 선수가 부정적인 댓글로 집중력이 떨어질 걸 우려해 휴대전화를 자진 반납했다는 사례와는 사뭇 다른 장면이다. 안 선수의 반응 후 온라인에서는 “사이다” “흔들림 없는 강철 멘탈” 등과 같은 반응이 잇따랐다.


패배 후에도 당당한 올림픽 Z세대

수영 황선우가 자유형 200m를 마무리한 뒤 올린 글. ″후련하다″ ″남은 경기도 응원해달라″고 했다. 사진 황선우 인스타그램 스토리

올림픽 Z세대는 패배 후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탁구 신유빈(17)은 27일 여자 단식 3회전(32강)에서 아쉽게 탈락한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소감을 남겼다. “덕분에 힘내서 재밌는 경기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아쉽지만 끝난 경기는 훌훌 털어버리겠습니다.”

패배가 아쉽지 않을 리 없지만, 올림픽 Z세대는 재밌고 즐거운 경험이며 다음 전진을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모습이다. 한국 수영의 간판으로 떠오른 수영 황선우(18) 선수가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7위를 기록하자 언론에서는 ‘통한’ ‘아쉬운 7위’라는 제목의 기사가 줄줄이 나왔다. 정작 황 선수는 SNS에 이렇게 적었다.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즐기면서 행복하게 수영했어요 :)”

‘빠이팅(파이팅) 궁사’ 김제덕(17)도 남자 개인전 2회전(32강)에서 떨어져 ‘3관왕’이 불발됐으나 인터뷰에서 “오늘의 패배를 깊게 받아들이겠다. 끝나고 나니까 속은 확실히 뻥 뚫린다”고 했다.


‘제트엔진 세대’, ‘올림픽 갓기’로도 불려

신유빈이 27일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탁구 개인전 홍콩 두 호이 켐과 경기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알파벳 X,Y세대의 다음이라는 의미로 붙은 Z세대이지만, 올림픽 Z세대의 Z는 ‘제트엔진’이라는 말도 나온다. 당당한 실력을 갖추고 거침없고 의연하게 돌파해 가는 모습이 제트엔진을 닮았다는 의미다.

동시에 어린 나이와 학생다운 모습도 주목받으며 인터넷에서는 “올림픽 ‘갓기’(갓·God+아기)”라는 별칭도 나왔다. 안 선수는 단체전 금메달을 딴 감정을 묻자 “여름이었다”고 답한 것에 대해 걸그룹 우주소녀를 뜻한 것(그룹 멤버 중 한 명의 이름이 ‘여름’)이라고 했다. 걸그룹 마마무 ‘굿즈(goods·연예인 관련 파생 상품)’ 배지를 착용한 것도 화제가 됐다. 신유빈 선수가 지난 25일 인터뷰에서 “엄마·아빠 한국 가면 마시멜로 구워 먹자”라고 말한 것도 화제가 됐다.

Z세대가 돋보이는 이번 올림픽에 대해 전문가들은 “10대의 활약이 국민적 주목을 받은 올림픽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의 영향 등의 분석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이 잘 작동해 역량 있는 젊은 친구들이 선발·활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 같다”며 “사회가 최근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에 주목하면서 젊은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자신감을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선수들도 스스로가 정정당당하게 그 자리에 왔고, Z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알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소신 있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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