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판 무대 위 말라버린 꽃줄기..어느 발레리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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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춤추고 있는 가녀린 무희가 보인다.
발 아랜 동그랗고 단단한 구 하나를 뒀다.
무대는 LP판이고 무희는 말라버린 꽃줄기였던 거다.
시든 가지나 열매, 꽃과 잎 등을 모아 과거 어느 때 멈춘 시간·기능을 정물사진처럼 담아낸 게 그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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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가지·꽃 등 죽음·삶 공존케 한 작업서
생명인적 없는 오브제에 사는 법을 알려줘
회화인 듯 조각인 듯..사진영역 확장 꾀해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무대 위에서 춤추고 있는 가녀린 무희가 보인다. 발 아랜 동그랗고 단단한 구 하나를 뒀다. 뾰족한 몸짓으로 공이라도 굴리고 있는 건가. 자, 여기까진 두 걸음쯤 떨어져 봤을 때의 광경이다. 서서히 다가설수록 저 광경의 ‘실체’가 밝혀지는데. 무대는 LP판이고 무희는 말라버린 꽃줄기였던 거다.
이 모두는 사진작가 조성연(50)이 연출한 장면이다. 작가는 일상에서 같이 호흡하는 대상을 주시하고, 작업으로 끌어들인 뒤, 프레임 안에서 어루만지며 세상과 교감을 이뤄나간다. 특히 꽃과 과일 등을 섬세히 관찰하고 촬영해 화면에 옮겨놓는데.
작업은 진화해갔다. 시든 가지나 열매, 꽃과 잎 등을 모아 과거 어느 때 멈춘 시간·기능을 정물사진처럼 담아낸 게 그 출발. 이후엔 죽음과 생을 공존시켜 삶과 미래의 연결을 암시했다.
‘균형 잡은 포즈’(2021)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시선이다. 단 한 번도 생명이었던 적 없는 일상의 오브제에 사는 법을 일러주고 있으니까. 회화인 듯 조각인 듯, 색의 조화와 손끝의 감각을 입혀 사진의 영역을 확장한 것도 물론이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17길 스페이스소서 여는 개인전 ‘우연한 때에 예기치 않았던’(A Complete Coincidence)을 열고 있다. 전시는 8월 22일까지.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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