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양궁처럼, 원팀으로 메달 쏜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골 가뭄에 허덕이던 공격수는 해트트릭을 했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도 펄펄 날며 완벽에 가까운 승리를 합작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3회 연속 8강행에 성공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24세 이하)은 28일 열린 도쿄올림픽 B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를 6대0으로 대파했다. 2016 리우 올림픽 8강에서 온두라스에 0대1로 졌던 것을 설욕했다.
2승 1패로 승점 6(골득실 +9)을 쌓은 한국은 조 1위를 확정하며 2012 런던, 2016 리우 대회에 이어 다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31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A조 2위 멕시코와 4강행을 다툰다. 한국은 2016 리우 대회 조별리그 C조에서 멕시코와 싸워 1대0으로 이겼다.
김 감독은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왼쪽 수비수로 줄곧 활용해온 김진야를 2선의 왼쪽 포워드로 배치했다. 우측의 이동준과 스피드를 살린 공격을 시키려는 계산이었다.
권창훈에겐 제 포지션인 중앙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겼다.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의 짝으로는 공격 성향이 강한 미드필더 김진규를 세웠다.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이 가능했지만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기대했던 첫 골은 일찍 나왔다. 전반 10분 이동준이 페널티 지역 돌파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앞선 두 경기 연속 침묵했던 와일드카드 황의조가 키커로 나서 골문 왼쪽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을 꼭 이겨야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온두라스 선수들은 당황하며 실수를 계속 저질렀다. 전반 17분 한국의 코너킥 상황에서 온두라스 수비수가 정태욱을 넘어뜨려 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 원두재가 골키퍼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한가운데로 공을 때려 득점했다.
전반 39분 거친 반칙을 한 온두라스 수비수가 레드카드를 받았다. 한국은 수적 우위까지 잡았다. 황의조는 전반 추가시간 5분 추가골을 넣고 활을 쏘는 동작으로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경기 후 “양궁 대표팀처럼 금메달을 따겠다는 의지였다”고 말했다.
전반이 3-0으로 끝나면서 사실상 승리는 한국으로 기울어졌다. 맥이 풀린 온두라스 선수들은 텅 빈 관중석을 바라보거나 주저앉아 버렸다.
한국은 후반에도 세 골을 더 터뜨렸다. 후반 7분 또 상대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황의조가 마무리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한국이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에서 페널티킥으로 한 경기에 세 번 득점한 건 사상 처음이었다.
후반 19분 김진야, 37분 이강인이 골을 보태 최종 점수는 6대0이 됐다. 이강인은 어렸을 때 TV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며 ‘사제’의 인연을 맺었던 고 유상철 인천 감독의 요코하마 마리노스 현역 시절 홈 구장에서 의미 있는 득점을 했다. 이강인은 방망이를 휘두르는 ‘홈런 세리머니'를 했다. 29일 첫 경기를 치르는 야구 대표팀의 강백호와 약속한 것이라고 한다.
대승을 한 선수들은 경기 후 전광판에 뜬 하이라이트 장면까지 보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김학범 감독은 “이제 시작”이라며 자만심을 경계했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를 치를수록 단합하고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멕시코와도 우리가 준비해온 스타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요코하마=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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